이춘재 사건 수사 종료… “14명 살해, 추가 성폭행 9건”
이춘재 사건 수사 종료… “14명 살해, 추가 성폭행 9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7.02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재.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이춘재.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마무리됐다.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일명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고 불린 이 사건의 수사가 종결된 것이다.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57)로 14명의 여성을 성폭행·살해하고, 또 다른 여성 9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본관에서 5층 강당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당초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불렸다.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사무소 반경 3km 내 4개 읍·면에서 10~70대 여성 10명이 10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법으로 성폭행·살해당한 사건이다.

10차례 벌어진 사건 중 8번째 사건, 8차 사건만 범인이 잡히고 나머지 1~7번째, 9~10번째 벌어진 사건은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사건 발생 후 30년간 미제 상태로 남게 됐다. 그 새 이 사건의 공소시효도 만료(2006년)됐다.

유일하게 범인이 잡힌 8번째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 태안읍 박모 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현장에 발견된 음모와 당시 쫓던 용의자 윤씨의 음모가 일치한 것을 확인해 이듬해 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년 복역 후 감형받아 2009년 출소했다.

역대 최악의 미제상황으로 남겨져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부터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 강간,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다. 경찰은 곧 재수사에 들어갔고 이는 범인 이춘재를 밝히는 계기가 됐다.

이춘재는 경찰 조사에서 8번째 사건을 포함한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10차례 성폭행·살해 사건이 모두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했다. 이에 더해 1987년 12월 발생한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에 경찰은 이춘재 자백을 검증하는 추가 조사에 또 들어갔고 이춘재 자백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1989년 7월7일 발생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그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한 것이 사실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추가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고 이 중 9건이 실제 그의 소행인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그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고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게 확실시되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불리던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하면서 미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춘재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이춘재가 범인이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터라 그에게 혐의를 물을 수는 없다. 다만 미궁에 쌓여 있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한편 8번째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형을 산 윤씨는 재심을 청구, 현재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춘재 사건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