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식품업계, 코로나19 정면 돌파…'각자도생' 성공전략 빛낸다
[창간특집] 식품업계, 코로나19 정면 돌파…'각자도생' 성공전략 빛낸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6.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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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식품기업, 늘어나는 집밥 수요에 세분화·프리미엄화로 공략
발효유 강자 환자식 개발, 제과 선도기업 생수 쥐고 새로운 도전
국내 넘어 해외로 시야 넓혀 수출시장 개척…글로벌 인지도 제고
어느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간편식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간편식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예수 탄생 전(Before Christ, B.C)과 탄생 후(After Christ, A.C)로 구분돼온 역사는 코로나19 전후(Before Covid-19, After Covid-19)로 나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식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현상에 따른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식품기업들은 외식 대신 집밥에 대한 수요와 기대치가 커지는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춰 가정간편식(HMR)의 세분화와 프리미엄화를 통해 몸집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전통 강자들도 눈에 띈다. 발효유 업체는 케어푸드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제과업체는 생수사업을, 급식업체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등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신사업들을 발굴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여념이 없다.

여기에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로 시야를 넓히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 올리려는 식품기업들의 노력도 코로나19에 맞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CJ·동원·대상·오뚜기, 간편식 다변화·경쟁력 제고 집중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은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현상을 기회로 삼고, 저마다 전략과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오뚜기 등 종합식품기업들은 집에서 식사를 즐기는 ‘내식(內食)’ 문화가 확산되는 트렌드에 따라 간편식의 외연을 적극 확장하면서도,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을 구현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 입맛을 공략 중이다. 

간편식 1인자 CJ제일제당은 비비고·햇반 등 핵심 브랜드를 앞세워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햇반컵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죽 등 주력 상온간편식 제품 종류를 50여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비비고 만두와 고메로 대표되는 냉동간편식도 시장점유율 우위를 앞세워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상온·냉동 간편식 매출만 1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간편식 시장규모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CJ제일제당은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수산간편식과 반찬시장 공략을 위해 비비고 생선구이·한식반찬을 집중 홍보하고 있고, 최근에는 안주간편식 시장 진출을 위해 ‘제일안주’ 브랜드까지 출시하면서 간편식 시장 리딩기업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힐 방침이다.

주요 종합식품기업들의 대표적 간편식 제품. (제공=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ㅇ오뚜기)
주요 종합식품기업들의 대표적 간편식 제품. (제공=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오뚜기)

동원F&B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양반’ 브랜드를 앞세워, 파우치 형태의 국탕찌개 14종을 출시하고 간편식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은 국탕찌개 간편식의 차별화를 위해 광주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첨단 특수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경쟁사 제품보다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시켜 재료의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려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의 올해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하고, 2022년까지 1000억 규모의 메가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독보적인 참치캔 1위라는 수산식품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수산 간편요리 KIT(키트)’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동원F&B 관계자는 “급변하는 간편식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으로 간편식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냉동안주간편식 1위 브랜드 ‘안주야(夜)’의 인지도를 발판삼아 상온 안주시장까지 저변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일상식습관 간편식 브랜드 ‘라이틀리(Lightly)’를 새롭게 출시해 저칼로리 간편식이라는 콘셉트로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소비층 공략에도 나섰다.

대상은 또,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 상품군을 지속 확대하면서 온라인 간편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1022억원을 투자한 마곡 연구소를 2022년까지 완공해 간편식을 비롯한 식품 R&D(연구개발)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3분카레’로 간편식 시장을 연 오뚜기는 유명 맛집 수준의 품질 고급화에 집중한다. 오뚜기는 ‘부산식 돼지국밥’,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과 같은 고급 컵밥·국탕찌개 제품을 꾸준히 다변화하고,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오즈키친’을 통해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전자레인지 전용 생선구이·프리미엄 딤섬 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HMR 제품군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오뚜기는 407억원을 투자해 올해 완공 예정인 중앙연구소를 통해 간편식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야쿠르트·오리온·아워홈, 신사업으로 새 먹거리 발굴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른 식품기업들의 새로운 도전도 활발하다.  

발효유 1위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케어 브랜드 ‘잇츠온 케어’를 내놓으며 케어푸드(Care Food, 고령층, 환자를 위한 영양식)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수년째 1조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발효유 시장 정체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케어푸드 시장규모는 급속한 고령화로 2011년 5104억원에서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6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2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 케어를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핵심 브랜드로 정하고, 첫 제품으로 환자용 균형영양식 ‘잇츠온 케어온 검은깨&콩’을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앞으로 당뇨 환자식과 건강 유지용 일반식, HMR 연화식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케어푸드 브랜드 '잇츠온 케어온' 제품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제공=각 사)
한국야쿠르트의 케어푸드 브랜드 '잇츠온 케어온' 제품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제공=각 사)
모델들이 아워홈의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아워홈)
모델들이 아워홈의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아워홈)

제과업계를 선도하는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를 론칭하고, 그간 온라인과 B2B(기업 간 거래) 위주로 한 공급망을 조만간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체인 등 오프라인 핵심채널까지 확장하며 국내 생수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중국과 베트남 생수시장까지 진출하고, 제주용암수를 글로벌 명수 브랜드로 집중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판매를 본격 시작하고, 베트남 역시 같은 달 호치민·하노이를 비롯한 대도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입점하며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자재·단체급식 전문기업 아워홈은 지난달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밸런스 인(In) 1 프리바이오틱스’를 출시했다. 이는 작년 11월 첫 선을 보인 ‘밸런스 인 1 프로바이오틱스’의 후속작이다. 아워홈은 5년새 약 5조원 규모로 두 배 이상 급성장한 건강기능식품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워홈은 특히 코로나19로 면역력을 높이는데 효능 있는 건기식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식자재·단체급식 사업으로 쌓아온 식품소재·원료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건기식 시장에 공격적으로 도전할 방침이다.   

◇매일유업·빙그레, 글로벌 마케팅 강화 잰걸음

식품기업들은 역량을 키워 글로벌 무대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유제품 전문기업 매일유업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 글로벌’에서 성인영양식 ‘셀렉스’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중국의 성인영양식 시장에 진출했다.

조제분유와 컵커피에 이어 글로벌 사업을 새롭게 확장한 것이다. 매일유업의 셀렉스는 2018년에 출시된 성인영양식 브랜드로서, 출시 1년 만에 300억 매출을 돌파하며 국내 성인 단백질 식품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유업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7조원 규모로 성장 중인 중국의 성인영양식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해외 브랜드 선호도가 높고 건강 등에 관심 많은 ‘버링허우(19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1990년대생)’가 주요 타깃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10.4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으나, 성인영양식 시장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식품 트렌드 변화에 따라 영유아식뿐만 아니라 성인영양식까지 수출품목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의 성인영양식 '셀렉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글로벌 빙과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은 빙그레의 대표 브랜드 '메로나' 아이스크림. (제공=각 사)
중국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의 성인영양식 '셀렉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글로벌 빙과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은 빙그레의 대표 브랜드 '메로나' 아이스크림. (제공=각 사)

‘바나나맛우유’를 앞세워 국내 가공유 1위로 자리매김한 빙그레는 지난 3월 말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부문 인수에 성공하며, 글로벌 빙과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빙그레는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 전까지 중국 상하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베트남 호치민 등 글로벌 거점 세 곳에 법인을 두고 ‘메로나’ 등 바(Bar) 아이스크림의 해외 영업·마케팅에 집중했다. 

빙그레는 이번 M&A로 해태 아이스크림의 강점으로 꼽히는 콘(Cone)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글로벌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빙그레는 부라보콘 등 해태 아이스크림의 주력 제품을 대상으로 수출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해외 진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메로나의 성공사례에 비춰 수출 가능성이 높은 해태 제품군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마케팅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