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제히 선대위 해단식… '대승' 與, '참패' 野 분위기 극과 극
정치권 일제히 선대위 해단식… '대승' 與, '참패' 野 분위기 극과 극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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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책임' 부각… "열린우리당 아픔 반성하자"
통합당, 황교안·김종인 없이 해단… "재창당격 쇄신"
민생당 "존립위기 처해"… 국민의당, 약속 정치 강조
정의당, '철의 여인' 심상정 눈물… "정말 미안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네번째 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코로나위기 극복하자" 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네번째 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코로나위기 극복하자" 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17일 일제히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실시했다. 대승한 여권과 대패한 야권의 해단식 분위기는 극명히 엇갈렸다.

먼저 차기 국회에서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이란 거대 의석 확보를 이끈 더불어민주당의 '투 톱(이중체제)'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과 민생 안정에 대한 '책임'을 부각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실시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그것을 반성해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깊이 생각하며 국회와 정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있었던 탄핵 사태 중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다가 여야 관계 악화와 당내 계파 갈등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계열의 친박연대가 18석을 가져가면서 진보권은 국민 심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국민이 주신 의석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며 "이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선 "국난의 완전한 극복과 경제 위기의 조기 안정이 급선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는 등 선거기간 국민에게 드린 약속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역시 같은 자리에서 "국민께선 저희에게 기대 이상의 의석을 주시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도 안겨주셨다.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런 일의 시작은 겸손에 있다"며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조기 퇴치 △경제 회복 △국정 과제 이행 △민주당의 태도 등 네 가지를 부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태도'를 강조하며 이 대표가 열린우리당 시절을 언급한 것을 거론해 "(이 대표가) 아픈 경험을 말해줬다.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오만·미숙·성급함·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3석(미래한국당 포함)을 얻은 미래통합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투 톱이었던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없이 해단식을 실시했다.

이날 통합당 해단식은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 김재원 정책위원회 의장 등만 참석했다.

심 권한대행은 먼저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엇보다 변화와 혁신이 부족했고, 국민 다수의 열망이었고 명령이셨던 보수대통합도 미진했다"고 소회했다. 또 "보수·우파로서의 가치와 품격도 놓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 권한대행은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국민께서 보내주신 지지와 성원을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 우리 당을 바로 세우는 동력으로 삼겠다.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 쇄신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정화 공동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정화 공동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0석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존폐 위기에 놓인 민생당도 같은 날 해단식을 열고 선대위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생당은 누가 봐도 존립에 위기에 처했다"며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제3지대·중도정당이 설 수 있는 기반이 정말로 약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거대 양당 체제는 불가피하게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고, 싸움 속에서 경제와 민생은 자리 잡지 못한다"며 "대한민국 미래 정치를 위해서 제3지대가 힘이 들지만 굳건히 지키고, 약하지만 세를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훈수했다.

김정화 공동선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후보자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고, 민생당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비례대표 권은희 당선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비례대표 권은희 당선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만 3석을 가져간 국민의당도 해단식을 실시했다.

안철수 대표는 해단식에서 "거대 정당은 선거가 끝나면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이 시작"이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국민의당이 꼭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안 대표는 "지역구 후보가 없다 보니 현수막을 걸지도 못하고 대중연설도 할 수 없는 극심한 제한적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참 많이 부족했다"고 소회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총선 바로 다음날이었던 전날 해단식을 진행했다.

야권의 4·15 총선 참패는 정치권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심 대표도 눈물짓게 만들었다.

정의당 후보 중 유일하게 지역구 선거에서 살아남은 심상정 대표는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