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아동 조사 전문가 참여
성폭력 피해아동 조사 전문가 참여
  • 오승언기자
  • 승인 2009.03.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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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12월 말까지 ‘전문가 참여제’ 시행
2004년 4월 충북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이 초등학교 A교사는 교실로 들어가는 B양(당시 6세)을 뒤따라가 끌어안고 가슴과 배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A교사는 이후 같은 달 학교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B양을 또다시 강제로 추행했다.

사건 직후 B양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지도 않았다.

다만 수동적으로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B양 진술의 비일관성·논리성 등으로 A교사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2007년 1월19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는 B양의 진술밖에 없다"며 "그러나 그 진술 내용이 객관적인 상황에 비춰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B양의 어린 나이를 고려하더라도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이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을 조사·분석하는 제도인 '전문가 참여제'가 시행됐다.

앞서 경찰은 2007년과 지난해 두 차례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경찰청은 8일 "피해아동의 진술 증명력 제고를 위해 경찰 조사단계에서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 5일부터 시행해 12월31일까지 진행한다.

경찰에 따르면 시행관서는 서울·보라매·인천·경기북·남부 등 수도권 5개 원스톱센터다.

참여대상 사건은 13세 미만 아동 및 정신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다.

1급 범죄심리사, 관련학과 대학원 과정 수료자 등의 요건을 갖춘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경찰은 전문가를 참여시켜 피해아동 행동 및 진술을 분석한 뒤 수사·재판의 증거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 1만6958명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폭력 사건 가운데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 발생 비율은 33.7%에서 36.9%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자로 1만6293명이었고 남자는 665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6339명으로 6세 이하가 154명(2.4%), 7~15세가 2522명(39.8%), 16~18세가 3663명(57.8%)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성폭력 사건의 경우 객관적 증거확보가 곤란하고 피해아동 진술의 비일관성·논리성 등으로 피해아동 행동과 진술분석은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인 검증작업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내년에는 전국에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같은 제도 시행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아동과 관련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부 이주연씨(36)는 "경찰이 피해를 당한 아동의 말을 믿지 않아 전문가들이 조사과정에 참여한다면 아이들의 진술 증명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동의 입장에서 눈높이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원 김상훈씨(31)는 "전문가 참여제의 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특성상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동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아동 상담을 하는 해바라기아동센터 김태경 임상심리전문가는 "경찰의 전문가 참여제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며 "아동심리, 행동, 형사사법적인 처리 절차 등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

아동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제도 시행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