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다니기가 무서워요”
“혼자 다니기가 무서워요”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3.01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품 노린 부녀자 납치 기승…‘경제침체 탓?’
경보기·스프레이 등 여성 호신용품도 큰 인기


“혼자 다니기가 무서워요,한적한 곳에는 대낮에도 될 수 있으면 가지 않으려고 해요"경기 안산에 사는 주부 채모씨는 "요즘 자고나면 금품을 노린 부녀자 납치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더 심해진 모양"이라며 “조심하는게 상책"이라며 발길를 돌렸다.

한편, 경기 광명에 사는 김모씨(29세·회사원)는 “집 근처가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 될 수 있으면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 갈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늦게 라도 들어가는 날 이면 온집이 비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금품을 뜯어낼 목적으로 부녀자를 납치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범죄 대항능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1일 경찰은 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 용의자 정승희씨(32)를 붙잡고 2차례에 걸쳐 추가적인 납치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부녀자를 납치해 가족들로부터 몸값 1000만원을 요구한 2인조 인질강도 용의자 최모씨(57)와 김모씨(55)를 붙잡았다.

최씨 등은 같은달 25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주부 신모씨(42)를 불러낸 뒤 피해자의 승용차를 이용해 납치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신씨의 승용차를 이용해 장소를 이동하며 4시간여 동안 감금하고 가족들에게 몸값으로 현금 1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주부 김모씨(56)는 지난 1월18일 다니던 직장에서 퇴근한 뒤 청주시내 버스정류장에서 한 차량에 납치된 뒤 실종 보름만에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모 체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를 벌여 피해자가 납치된 정황을 포착하고, 도로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는 한편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용의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여성 등을 상대로 한 납치범죄 건수는 지난 2005년 126건이었던 것이 경제난이 본격화된 2008년에는 26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전과자뿐만 아니라 갑자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도 범죄와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육체적으로 약한 여성들이나 아이들이 납치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한탕으로 큰 목돈을 벌겠다는 잠재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범죄자들은 심하게 반항하거나 자기에게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은 남성들보다는 방어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여성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납치과정서 성폭행 등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수치심이나 보복 등을 이유로 신고를 주저하는 것도 여성 대상 범죄가 늘어나는 것의 한 이유라고 전했다.

이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별 편차가 큰 치안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과 범죄신고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연쇄납치살인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여성들을 위한 호신용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군포 살인사건의 강호순의 검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호신용품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은 그 전 주보다 60%, G마켓은 40%, GS이숍은 지난 달 같은 기간보다 10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성 호신용품은 간편한 휴대용 제품부터 총기류까지 다양하다.

제일 큰 인기를 끄는 제품은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휴대하기 쉽고 활용도가 뛰어난 호신경보기. 위급한 상황시에 버튼을 누르면 100dB 이상의 경보음이 울린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크게 소리칠때 약 90dB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 만점인 셈이다.

여기에 호신용 스프레이,전기충격기나 가스총도 주문이 늘고있다.

부녀자들을 상대로한 강력범죄가 집 밖은 물론,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집안까지 침범하는 사례도 많아 CCTV나 도어락 등 집안의 방범장비 구입도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