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숨쉬기 시작했다
정국이 숨쉬기 시작했다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07.0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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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표, 민주당 새 체제 출범따라 발빠른 행보
야당 ‘길거리 정치’ 비난…주말께 국회 정상화 전망 한나라당은 당초 통합민주당 등을 제외한 채 국회의장 선출을 강행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통합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6일 이후 국회의장 선출 및 개원 문제를 야당과 재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친박무소속, 무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 문제에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뒤 “김형오 국회의장 후보자가 야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뒤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오늘까지 (야당과의) 개원 협상은 전면 무효이며 다음주 재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에 개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는 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친박연대가 3당 공동으로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국회가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오늘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후보자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 그만 회의를 끝내자"고 상황을 정리했다.

앞서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난상토론에서는 찬성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일부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이병석 의원은 “현재 민주당은 스스로 등원의 명분을 잃었기 때문에 집권당이 먼저 길을 열어 줘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오늘 다시 야당과 협상해 본 다음, 야당이 (국회의장 선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국회의장을 뽑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유정복 의원은 국회법을 예로 들며 “내일부터는 국회를 소집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국회 부존재' 상태가 된다"며 “단독으로 의장을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도 “유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현재 국회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해도 크게 비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계진 의원은 “오늘 이 자리가 야당의 등원을 압박하는데 과연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나라 속담에 ‘열흘 운 상주가 닷새를 더 못 우랴'는 말이 있는데, 야당이 전당대회가 끝난 후 등원하기를 기대해도 늦지는 않다"고 신중론을 폈다.

무소속 성윤환 의원은 “(야당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힘만으로 의장을 선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야당을) 좀 더 설득해 원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단독 개원에 반대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본의회의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당리당략이 서민과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고, 이것 때문에 헌법을 어기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물론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 후보자가 이날 의장선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다"며 “그분의 입장을 존중해 오늘은 물러섰지만,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재를 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5일 통합민주당이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한데 대해 길거리 정치라고 비난하고 국회 등원을 거듭 촉구했다.

쇠고기 파동 장기화에 따른 국정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야의 새 지도부 선출이 마무리됐고 이번주에 국회 정상화를 통한 국면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희태 신임 대표는 대표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예방하고 여권의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을 달래고 오후에는 야당 대표를 잇따라 면담하는 등 정국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당의 길거리 촛불집회 참여는 원내 제1야당이 마땅히 해야 할 국회 원구성도 하지 않은 채, 길거리 정치를 하겠다니 이는 극단적인 자기부정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일부 세력이 주도해 쇠고기 문제를 빌미삼아 정부의 퇴진을 외친지도 두 달"이라며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금도 자기역할을 포기하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며 반사이익이나 누리려는 태도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는 대의민주주의 공간이지 길거리 정치를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 준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자신들이 국회를 내동댕이치고 길거리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을 포기하겠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존재와 위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시민단체 노릇은 그만해야 한다"며 “당장 국회에 들어와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과 곤경에 처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