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불붙은 무료수수료 경쟁…수익구조 변화
증권가 불붙은 무료수수료 경쟁…수익구조 변화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09.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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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모델→디지털 자산관리 모델 전환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 지적도…“수익 증감 추이 검토”

▲ (사진=연합뉴스)
모바일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국내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이벤트가 확산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평생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곳까지 나왔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모두 비대면 계좌 개설 등 요건을 갖춘 고객에게 국내 주식거래에 대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내달 31일까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평생 무료 수수료는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포함해 거래소·코스닥·코넥스시장 등에 상장된 국내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 시 적용된다.

KB증권은 수수료 면제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적용하는 이벤트를 지난 1일 개시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최장 8년간의 무료 수수료 이벤트 시한을 지난 8월에서 내달로 연장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2030년까지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KTB증권은 신규 가입 후 10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케이프투자증권(7년), 대신증권(5년), 삼성증권(3년) 등도 수수료 무료 경쟁에 합류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파격적인 수수료 면제 조치의 배경에는 증권사의 수익 구조 변화가 있다. 증권사의 수익은 수탁수수료와 자산관리(WM),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하는 IB부문, 자기매매 수익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브로커리지(주식 매매) 업무에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기보단 수수료 수익을 사실상 포기하고 고객을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고객이 들어오면 그만큼 증가한 투자자 예탁금 잔고가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들의 수익에서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폭 줄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순영업억수익에서 브로커리지 비중은 지난 2002년 75.4%를 정점으로 줄어들어 지난 6월 기준 29.7%에 그쳤다.

안인성 NH투자증권 디지털고객본부장은 “평생 무료 수수료 이벤트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수익모델을 디지털 자산관리 모델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에서 큰 수익 증가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춰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모바일 거래 유도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평생 수수료 무료 혜택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나 이로 인한 수익 증감 추이를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