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롯데마트·홈플러스 임직원 2심서 감형
'가습기 살균제' 롯데마트·홈플러스 임직원 2심서 감형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8.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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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용 금고 3년·김원회 징역 4년… "판매 당시 유독물 지정 문제 등 고려"

▲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가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금고 3년으로 감형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고문)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과 이모 전 홈플러스 법규관리팀장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금고 4년을 받았던 홈플러스 전 일상용품팀장 조모씨는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다만 홈플러스 범인에 대해서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롯데마트 전 상품2부문장 박모씨와 전 일상용품팀장 김모씨, 롯데마트 제품 기획에 관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사의 한국법인 QA팀장 조모씨에게는 각각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롯데마트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PB 가습기 제품을 만든 용마산업 대표이사 김모씨는 1심의 금고 4년에서 형이 줄어 금고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성분으로 살균제를 제조하거나 판매할 경우 소비자가 호흡기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옥시 제품을 벤치마킹한 상품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며 “그 결과 회사를 믿고 제품을 쓴 다수의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시중 유통 제품을 모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안전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끔찍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회사 임직원들로서 그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향후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살균제를 판매할 당시 살균제 원료 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던 점과 이미 유통되고 있던 옥시 제품의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형량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해 옥시와 같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또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옥시처럼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받는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