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화장품 업계 ‘조정기’ 맞나
사드 후폭풍, 화장품 업계 ‘조정기’ 맞나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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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관망’…하위 업체는 대책마련 부심
로드샵 브랜드, 매출 끌어올리기 ‘총력’
▲ 백화점 매장에서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있는 여성 (사진=롯데백화점)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슈와 관련, 화장품 업계에 조정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로드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핵심 경쟁력 없이 중국 관광객에만 의존해 생긴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일종의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 역시 화장품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을 쏟아내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따이공(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은 잇츠한불이나 리더스코스메틱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드 보복 조치 완화가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증권도 주요 화장품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4월과 5월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대비 -2.9%, -5.9% 떨어진 것도 주요 이유다.

서영화 SK증권 연구원은 “4월과 5월 화장품 수출의 부진은 중국, 홍콩으로의 수출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은 수출 부진은 사드 이슈와 관련한 중국의 제재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LG생건 “양극화는 없을 듯”= 화장품 업계의 ‘투톱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이같은 전망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조정기를 거쳐 업계가 양극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제품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는 규모에 상관없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LG생활건강도 업계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의존하는 브랜드는 영향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절대적인 영향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반기 시장에 대해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시장상황에 편승해 사업에 뛰어든 일부 업체들에게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경쟁력 없이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회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에서의 사업 수익만 노리고 뛰어든 업체들에게는 힘든 국면이 올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 역시 “K-뷰티, 한류와 함께 늘어난 업체들 중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회사들에게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입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고군분투’ 하는 로드샵= 로드샵 브랜드들은 업계에 조정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시각이다. 당장의 상황이 위기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로드샵 브랜드 관계자들은 현지공장 설립을 통한 현지 유통 채널 확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지금의 국면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출액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잇츠한불은 중국 후저우에 공장을 설립해 ‘정면승부’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잇츠한불은 현지 공장을 통해 주력 제품군인 달팽이 라인업의 신속한 시장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9개 달팽이 제품 중 매출이 좋은 20개 제품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플래그십스토어도 연말 상해에 1호점이 생길 예정이고, 베이징, 신천 등 주요도시들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공장에서 나오는 달팽이 제품들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기존에 진출한 아세안(ASEAN) 주요 국가들의 내실을 기하면서 브랜드 단독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동유럽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중국 뿐 아니라 아세안 시장이나 신규국가 진출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포스트차이나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올해 1분기 수익률이 65% 급감한 토니모리도 수출 다변화를 방책으로 삼았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으로의 판로 확대를 통해 매출액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 전역의 세포라(sephora) 매장에 입점한 토니모리는 영국에서만 약 25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드럭스토어인 부츠(Boots)와의 입점을 체결하고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유럽 세포라에서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색조 라인까지 추가 확대해 화장품 시장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K-뷰티의 우수성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킨푸드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얼타(ULTA) 매장 및 온라인몰에 입점한 이후 부츠, 세포라 등 서구권 주요 화장품 유통채널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리더스코스메틱은 내수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는 13일 안성에 설립되는 제2공장을 통해 국내 유통범위를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리더스코스메틱 관계자는 “제2공장은 약 4000평 규모로 일일 생산량이 약 109만개에 달한다”며 “신식 설비를 통해 제품생산력이 기존의 2배 이상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