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에 고개 숙인 경찰청장… 논란은 계속
백남기 농민에 고개 숙인 경찰청장… 논란은 계속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6.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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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서 일부 비판적 시선… '면피용 사과' 지적도

▲ 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님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불과 하루 만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청장이 공식 사과한 이후 오히려 경찰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권친화적 경찰’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검찰 수사 종료 후 사과 여부 판단’이라는 종전 입장이 갑자기 뒤집힌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 청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백씨 사망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 경찰 잘못이 명확히 밝혀지면 유족에게 사과할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일선 경찰관 중에서는 이 청장의 사과 발표를 접한 뒤 “한 입으로 두말을 했다”며 실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법을 집행하는 일선 경찰관들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죄인으로 몰았다’는 비판적 시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경찰관은 “청장의 사과 표명은 조직을 대표해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니 사퇴까지 하는 것이 옳다”는 강한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불법·폭력시위 진압이라는 정당한 법 집행을 했을 뿐인데 사과가 왜 필요한가”라며 백씨 사망사건과 인권문제를 분리하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 청장의 사과 입장을 밝히는 절차와 형식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청장이 ‘유족에게 사과드린다’는 말을 했음에도 사전에 유족을 만나 사과하려는 시도가 없었을뿐더러, 기자회견도 아닌 경찰 행사에서 모두발언으로 입장을 발표했다는 점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족들 역시 “진정성 있는 사과는 책임자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 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이런 유족들에게 이 청장이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 또 조직 내부의 여러 목소리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