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전 막차 타자”… 식품업계, 지주사체제 전환 봇물
“규제 강화 전 막차 타자”… 식품업계, 지주사체제 전환 봇물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6.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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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오리온·매일유업 등 잇따라 전환
지배구조 개선·사업 다각화 위한 포석
7월 지주사 요건 강화 앞두고 전환 속도

국내 식품업계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샘표를 필두로 최근 크라운해태제과, 오리온과 매일유업 등도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다각화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지주사 요건 강화를 피하고 오너 지배력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이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데 이어 크라운해태제과가 올해 3월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크라운제과’로 분할을 완료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윤석빈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운영되며, 크라운제과는 장완수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고 해태제과 등 계열사도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했다.

지주사 출범으로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리온은 지난 1일 자로 투자사업과 식품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인적분할,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분리됐다. 허인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오리온홀딩스는 향후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가 된다.

지주사 밑으로 오리온(식품사업), 쇼박스(영화사업), 제주용암수(음료사업) 등의 사업회사가 있게 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각 사업의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도 지난 5일 회사를 지주회사 매일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분할하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끝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1일 인적분할을 실시한 바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가공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부문 전문화 및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했다”며 “지배구조 단순화와 회사간 독립적인 자율경영으로 책임경영체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배경엔 지주사 요건과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오는 7월부터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지주회사 요건도 강화된다.

또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한 것도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는 이유다.

상법개정안은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으로, 소액주주권 강화와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시 신설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오너들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향후 경영권 승계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