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삼성 합병 반대하자 직·간접적 압력 있었다"
주진형 "삼성 합병 반대하자 직·간접적 압력 있었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5.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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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崔 뇌물재판'서 "삼성도 합병 부정적 보고서 배포 막아"
"'靑의 뜻' 말 듣고 놀라…朴의 합병 찬성은 정신 나간 주장"
박근혜 측 "이재용 재판기록, 증인신문 후 보자…편견 우려"
▲ 성합병에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9일 법정에서 두 번째로 재회한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사실상 청와대 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피고 박근혜씨"라고 호칭하며 거침없는 증언을 쏟아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3차 공판에서는 주 전 사장이 출석한 가운데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신문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과 불과 3m 가량 떨어진 증인석에 앉은 주 전 사장을 이따금 쳐다보기도 했다.

주 전 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또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인 박창균 교수로부터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을 한 것은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주 전 사장은 부하 직원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가 한화그룹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 합병 배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있다는 게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 측으로부터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주 전 사장은 당시 "20여 개 우리나라 증권사 중 한두 군데를 빼고 다 (합병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챙기고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주 전 사장이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국민연금공1 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주 전 사장은 "당시 들은 말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주 전 사장에게 "삼성 합병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을 모르느냐, 독단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으나, 주 전 사장은 "반대 의견이 있으면 다 독단이냐"며 공방을 벌였다.

주 전 사장은 이날 '삼성그룹 합병을 돕는 것이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박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개입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며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기록 검토를 추후로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에서 수백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게 박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만큼 본인 재판에서 충분히 증인신문이 이뤄진 다음에 이 부회장 재판의 기록을 살펴보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맞섰고, 재판부는 양쪽 입장을 절충해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23일 첫 재판 이후 두 번째로 법정에서 만났지만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