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연설에 여야 박수… '화해·통합의장' 노력 빛 발해
오월 영령을 추모하는 기념공연이 처음으로 포함됐고, 수년간 제창을 두고 논란을 빚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9년 만에 행사장에서 다 함께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 도중 유가족을 끌어안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힐 때에는 감격에 찬 탄식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을 행사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엇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부 기념행사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된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이날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개최됐다.
1997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린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기념식'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식장에 놓인 3000여 개의 의자는 행사 1시간 전에 거의 찼다.
처음으로 식순에 들어간 기념공연은 오월 영령을 추모하는 내용으로 모두 3막으로 이뤄졌다.
1막에서 5·18 유족 김소형 씨가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잇따라 눈물을 훔쳤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씨가 낭독을 끝내자 벌떡 일어나 직접 무대까지 나가 김씨를 껴안으며 위로해 눈길을 끌었다.
2막에서는 가수 권진원 씨, 광주시립합창단이 '그대와 꽃피운다'를 함께 불렀다.
'그대와 꽃피운다', '상록수'는 민중가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도 불려졌다. '상록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곡으로 유명하다.
기념식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됐다.
기념식 공연에 참여한 모든 출연진과 1만여 참석자가 한목소리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참석자들의 눈물과 함께 울려 퍼졌다.
3분가량 이어진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5월 유가족과 광주시민 표정에는 환희와 지난 9년에 대한 탄식이 교차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불렀다.
맨 앞줄에 선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한 여야 지도부는 서로 손을 잡은 채 노래에 따라 앞뒤로 흔들었고, 일부 의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서 팔을 흔들었다.
문 대통령의 옆에는 정 의장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씨가 자리했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씨 옆에서 노래를 불렀다.
제창을 마친 뒤에는 일부 정치인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며 "참으로 감격스러운 날이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할 때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수를 보냈으며, 기념사가 끝났을 때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왜 왔느냐 XX놈들"이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올해 기념식에는 5·18 희생자 추모를 넘어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5·18 유공자와 단체뿐 아니라 4·19 혁명을 비롯한 주요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단체들도 대거 초청됐다.
이전에는 초청을 받은 사람만 기념식장에 입장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초청장 없이도 누구나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신아일보] 이홍석·양창일 기자 shlee@shinailbo.co.kr, ciyan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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