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배고프다" 소리치는 민원인에 "라면먹고 가요"
김정숙 여사, "배고프다" 소리치는 민원인에 "라면먹고 가요"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7.05.13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원인 "朴 때는 근처가면 경찰행… 세상 바뀐것 같다"
▲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자 사저에 있던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밖으로 나와 시민의 손을 잡고 함께 사저로 향하고 있다. 김 여사는 시민에게 음식을 내어주며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연합뉴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집 앞으로 찾아온 민원인에 라면을 대접하며 억울함을 들어주는 등 시민과 소통하는 행보를 보였다.

청와대로 이사하는 날인 1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을 전담 취재한 기자들과 함께 등산을 갔고, 김 여사는 홍은동 사저 빌라에 남아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60대 여성이 아침부터 빌라 단지 입구와 뒷동산을 오가며 "국토부의 정경유착을 해결해 달라.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이에 김 여사는 오후 1시20분께 이사준비를 하던 주부의 수수한 옷차림새로 수행원과 함께 나와 "왜 배가 고프다 그런데? 왜?" 하며 밝은 표정으로 이 민원인 여성에게 다가갔다.

김 여사가 다가오자 여성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김 여사는 "몰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배고프다는 얘기 듣고서는…. 나도 밥 먹을라 그랬는데 들어가서 라면 하나 끓여 드세요" 하며 여성의 손을 덥석 잡고 사저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10여명의 주민들은 김 여사의 따뜻한 행동에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수분 뒤 컵라면 한 사발을 손에 쥐고 나온 여성은 "내가 도저히 집까지 들어갈 수는 없어서 라면만 받아들고 나왔다"며 웃었다.

신당동 사는 배모(63)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12년 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들어서 공덕역 증축공사를 하면서 운영하면 공인중개사 사무소 건물이 헐렸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했는데, 배씨는 이를 국토교통부와 건설사의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4년 전에도 박 전 대통령의 당시 사저에 가 민원을 하려고 했으나 근처에 다가가자 바로 경찰서로 끌고 가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했다.

이어 "이틀 전에는 여사님이 민원 내용을 적어달라고 해서 수행원에게 주기도 했다"면서 "대통령님이 너무 바빠서 못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답답한 마음을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어딘가.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배씨는 "대선 투표 날부터 매일 아침 이곳에 찾아와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까지 있었지만 (김 여사가) 얘기 들어줬고, 밥까지 얻어먹었으니 됐다. 이제 안 올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