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강제노역'… 잇따르는 장애인 대상 범죄
'무일푼 강제노역'… 잇따르는 장애인 대상 범죄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4.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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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37회 장애인의 날…"사회적 인프라 구축하고 예방해야"

▲ (사진=신아일보DB)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의 인권신장, 차별철폐 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노예처럼 착취하고, 심지어 성범죄 대상으로 삼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전남 신안의 염전 업주들이 지적 장애인 등 근로자들에게 수년간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도 서슴지 않았던 이른바 ‘염전노예’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장애인인 한 피해자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염전으로 갔지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무임금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셈에도 밝지 않은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는 60명이 넘는다.

이밖에도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에서 지적 장애 2급인 40대 남성을 무려 19년간 무임금으로 강제 노역을 시킨 60대 부부가 검거됐다. 피해자 고모(47)씨는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면서 소 40~100여 마리를 관리하고, 밭일을 했으나 제대로 된 돈 한 푼 손에 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타이어 수리점, 토마토밭, 농장, 식당 등 장소만 다를 뿐, 범죄 사실은 판박이인 지적 장애인 착취 사건은 연달아 터지다시피 했다.

10~20년간 지적 장애인을 머슴처럼 부려 먹은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갈 곳 없는 장애인을 보살펴 준 것”이라며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술로 일관했다.

그러나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다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축사노예’ 사건은 부부 중 죄질이 상대적으로 중한 부인에게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들은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노려 범행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도구로 장애인을 악용하는 범죄는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은종군 중앙장애인 권익옹호기관장은 “장애인 대상 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그릇된 인식으로 인한 문제라고 보기에는 그 위험 수위가 도를 넘었다”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들어 공적 기관인 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됐듯이, 지금껏 민간단체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해 온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법과 제도가 미비한 부분을 찾아내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정부는 20일 제37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장애인 복지 증진에 힘쓴 유공자를 포상하고,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방문규 복지부차관, 장애인 가족 등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의 슬로건은 '다름의 동행,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요'로 정해졌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