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저격수'로 변신한 박영선
'문재인 저격수'로 변신한 박영선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1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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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있는 친노라면 안희정 지지"
"文, 철학도 일관성도 없는 불안한 후보"
과거엔 끈끈한 동지, 이제는 둘도 없는 '적'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9일 오후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예방, 자승 총무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힙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신랄한 비판을 연일 계속하고 있다.

캠프 내 제대로 된 공격수가 없던 안희정 충남지사 입장에서는 박 의원의 '문재인 공격'이 반가운 표정이다.

안희정 캠프의 의원멘토단 단장을 맡고있는 박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과연 뚜렷한 정치적 철학과 정책지향점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속적인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제도 영입인사들의 어떤 구성을 보면 경제적 지향점이 굉장히 혼돈스럽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은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정작 '박근혜 경제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한 '이중 잣대'를 꼬집은 것이다. 

박 의원은 전날 광주에 내려가선 '싸가지론'을 내세우며 문 전 대표를 몰아쳤다.

그는 "문 후보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다 떠났지만 안 후보를 떠난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도 싸가지 있는 친노는 다 안희정한테 가 있다는 말을 하는데 뒤집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고 문 전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대표 곁에 남아있는 친노는 '싸가지 없는 친노' 뿐이라는 얘기다.

또 "확장성에 문제가 있는 문재인 후보는 매우 불안한 후보"라며 "안희정 후보가 확실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문 전 대표를 '불안한 후보'로 규정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의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세론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1차 선거에서 절반을 넘긴 후보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바람선거가 조직선거를 늘 이겨왔듯이 경선인단이 200만명을 넘는 거대한 바다를 형성하면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고 결선투표만 가면 안 지사의 대역전을 자신했다.

박 의원이 이처럼 '문재인 저격수'를 자청하고 있지만 과거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

문 전 대표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당시 MBC 기자였던 박영선 의원을 추천했을 정도로 박 의원을 신뢰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박 의원을 만나 "개인적으로 박 의원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박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대선 기획위원, 상임본부장 등 요직을 맡으며 문 전 대표를 적극 도왔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협상팀장을 맡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관계가 틀어진 원인 중의 하나로 '이상돈 영입 파동'을 거론한다.

박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2014년 9월,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추진했다.   

친노 강경파들은 "박근혜를 도운 적장을 비대위원장을 앉힌다니 말이 되느냐"며 박 의원에  집단린치를 가했다.

하지만 '이상돈 영입' 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 중진들과 미리 상의했던 문제라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둔 지난 해 1월 삼고초려 끝에 김종인 전 의원을 전권 비대위원장에 추대했다.

김 전 의원은 이상돈 의원과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 당선 1등 공신이었다.

박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김종인은 되고 이상돈은 안 된다는 친노의 어거지 논리가 어딨냐"며 "더 심각한 건 친노에 끌려 다니는 문재인이 더 문제"라고 문 전 대표를 힐난했다.

두 사람의 결별 이유가 어디에 있건 이제는 서로를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