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발동안 英의회 최종 통과… 카운트다운 시작
브렉시트 발동안 英의회 최종 통과… 카운트다운 시작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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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안대로 가결… 메이 총리, 27일 이후 발동할 듯
이혼 합의금·자유무역협상 난항 전망… 결렬 우려 제기
▲ 영국 상원에서 유럽연합(EU) 탈퇴통보법안 수정안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탈퇴 절차를 공식 개시할 수 있는 법안의 의회 승인 절차가 13일(현지시간) 모두 마무리됐다.

영국 하원과 상원은 이날 정부 제출 'EU 탈퇴 통보법안'을 변경한 수정안 2개를 놓고 차례로 표결을 벌여 모두 부결시켰다.

법안은 정부 제출 원안대로 최종 통과됐다. 상원은 이번 달 브렉시트 협상 법안에 의회 승인권을 부여하고, EU 국적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수정안 2건을 가결했다. 하지만 하원이 수정안을 부결시키자, 비선출직인 상원은 더 이상 제동을 걸지 않고 원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쪽과 탈퇴 협상을 공식 개시할 수 있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을 얻게 됐다. 법안은 14일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가를 받는 즉시 발효된다.

브렉시트 발동 시기와 관련해선 블룸버그 통신과 BBC 등은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달 마지막 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U 정상들이 오는 25일 로마에서 모여 EU 창설 60주년을 축하하는 일정이 지난 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는 이달 말까지 협상을 개시하지 않고 대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27일 전에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후에는 영국 정부 협상대표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협상대표가 최장 2년에 걸쳐 본격적인 '이혼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치열한 밀고 당기기 협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 초반 이혼합의금 문제를 둘러싼 극한 대립이 관측된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3조3천억원)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이 총리는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민이 매년 EU 예산에 "엄청난 금액"을 계속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게 아니라면서 EU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나쁜 협상(bad deal)'보다는 차라리 '합의 결렬(no deal)'이 낫다고도 했다.

양쪽의 자유무역협상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최대한의 접근권을 보장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우럽연합 쪽은 영국이 유럽연합의 의무에서 풀려나 혜택만 누리는 '과실 따먹기'는 있을 수 없다는 완강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과 EU 27개 회원국은 합의로 2년인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없이 2년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영국은 EU에서 '자동' 탈퇴하게 된다.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엄청난 규모의 협상 사안들을 고려하면 협상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