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CEO들 발목 잡는 ‘최순실 게이트’
주총 시즌 CEO들 발목 잡는 ‘최순실 게이트’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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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출연회사 CEO 이사선임 반대권고 나와

▲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사진=연합뉴스)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그룹사 총수와 최고경영자(CEO)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를 권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낼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7일 현대자동차 주총 안건 중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은 적격성 요건 결여에 해당한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권고를 한 직접적 이유는 2007년 현대차 계열사들의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운송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과 같은 해 정 회장이 분식회계해서 비자금을 만드는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안이다.

이외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 문제도 주요 참고사항으로 지적됐다.

현대차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12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현대차(68억8000만원)와 현대모비스(31억9000만원), 기아차(27억3000만원)등 3개사가 금액을 나눠냈다. 이 문제 때문에 지난해 11월 정몽구 회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서스틴베스트는 “정몽구 후보가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차는 미르재단에 46억원, K스포츠재단에 22억8000만원을 각각 출연했다”며 “현대차는 출연 과정에서 사내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부인하고 있으나 출연금 모금 경위, 강제성과 출연 대가성 등에 대한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했다. 미르재단 출연 사안이 참고사항이다.

서스틴베스트는 “GS리테일의 미르재단 출연은 허연수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5년 12월 이전에 이뤄졌지만, 출연금 모금 경위와 강제성, 대가성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연수 회장에 대한 반대 이유는 2015년 파르나스호텔 지분 인수와 2014년 코스모스그룹 부동산 매입이 부실 계열사 지원이란 것이다. 이것이 기업가치 훼손 이력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건은 가이드라인 상 직접적인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나 불투명한 경로로 회사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참고사항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10일 열리는 포스코와 이마트 주총 안건 중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회장 재선임, 이갑수 이마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각각 반대를 권고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를 더욱 적극 거론했다.

CGCG는 “포스코가 대통령 측근 최순실이 설립을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30억원과 19억원을 출연할 당시 권오준 후보는 회사 대표이사로 출연증서에 날인한 장본인”이라며 “회사의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고 정경유착으로 회사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후보가 2014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당시 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권오준 당시 총괄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토록 지시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알려졌다”며 “최순실의 의견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것인지 검찰 조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도 이마트가 K스포츠재단에 3억5000만원을 출연할 당시 책임자라는 점에서 “재단 출연 사태로 회사에 재산적·비재산적 손해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CGCG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인 안영호 신세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신규 선임과 이명박 대통령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을 맡았던 박재영 이마트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권고했다.

이 회사는 “안영호 후보는 고문으로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신세계와 그 종속회사에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독립성 결여 문제가 있다”며 “LG화학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있으면서 미르재단 등 출연금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재영 이마트 감사위원에 대해선 “사전에 불법 부당한 자금 출연을 방지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건에 대해 사후적으로 조처할 의무가 있음에도 감사위원회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를 해태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