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도 고령화?…인구 절벽·개혁 지체에 ‘조로(早老)’
한국은 경제도 고령화?…인구 절벽·개혁 지체에 ‘조로(早老)’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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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 줄어…노동개혁 서둘러야

▲ 지난달 현대중공업 임시 주총 장소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립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많은 이들이 한국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로(早老) 경제’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경제발전 단계상 한국 경제는 아직 질주를 할 때인데도 오래전에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국가들처럼 인구구조, 성장률 등이 전부 정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0위였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순위에 머무른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성장률 하락 속도가 예상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중복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것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성장 동력 자체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 10년마다 성장률 약 2%포인트씩 떨어져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중반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했다.

OECD에 들어간 1996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7.6%였다. 이는 당시 OECD 회원국 평균(2.9%)의 2.6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1997∼1998년 성장률이 대폭 내려갔지만 1999년 11.3%로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성장률은 2002년 7.4%를 기록한 것을 빼면 이후 단 한 번도 7%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4% 밑으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3% 성장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는 2015·2016년 각각 2.6%, 2.7% 성장했다.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른 것이며 올해도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어 3%대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

10년간의 성장률 평균을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폭 둔화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1990∼1999년)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 평균은 7.13%이었고 2000년대(2000∼2009년) 4.68%로 떨어졌다. 2010년대(2010∼2016년)에는 3.44%까지 하락했다.

◇ 생산가능인구 감소…잠재성장률 하락할 수도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가능한 생산요소를 전부 투입해 인플레이션 없이 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초 “최근 수년간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고 얼마 전 통계청에서 인구 추계를 새로 발표했다”며 “잠재성장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조사국에서 다시 추정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제계 인사들은 이 발언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사실상 2%대 후반까지 떨어졌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요인을 지목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15년 73.4%였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올해를 시작으로 줄기 시작해 2065년 47.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2001년 1.29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해 1.17명까지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한국경제가 ‘성장판 조기 폐쇄’에 직면해있다며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대, 연 2%대 성장, 세계 경제 2% 선 돌파 실패’라는 함정에 빠져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최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을 뿐이며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면 생산성 하락,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아직 한국경제에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 구조개혁 시급…적극적 재정·통화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 향상, 인구구조 개선, 노동개혁 등의 과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직적 산업관계를 바꾸고 실효성 있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제시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도 적극적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조적 문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통화정책을 지금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재정을 확장해야 하며, 실질 금리를 낮춰야 하고 노동시장 개혁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