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과 화합'의 3·1절…탄핵찬반으로 갈라진 광장
'애국과 화합'의 3·1절…탄핵찬반으로 갈라진 광장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03.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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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대규모 '태극기 집회' 총력전
500만명 집결 주장…촛불과 충돌 우려
▲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아래)와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위)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8주년 3·1절을 맞은 1일 서울 도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해 오면서 양쪽 집회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세종대로 사거리 메인 무대에서 남대문 앞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메웠으며, 주최 측은 50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국민 의례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전체 기립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어진 애국가 제창에서는 모두가 큰 소리로 4절까지 완창하며 현장의 열기를 돋우었다.

참가자들은 1919년 3월 1일 선열들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 듯 자신들도 '정의와 진실'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인 서석구·김평우 변호사와 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참여했다.

특히 탄핵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막말' 논란을 빚은 김평우 변호사는 "조선시대 정적을 잡을 때 쓰던 연좌제를 적용해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 잘못으로 덮어씌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두고도 "법을 정말 아는지, 법대를 졸업한 것은 맞는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이 맞는지 의심한다"고 일갈한 후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라고 비난했다.

탄기국은 이날 발표한 '3·1절 선언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의와 거짓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피로서 정의와 진실을 지킬 것,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태극기를 수의 삼아 자신있게 잠들 수 있음과 최후의 승리가 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감정이 격해진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이 세워둔 차벽 위로 올라가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차벽에 오른 시민들을 내려 보내려는 경찰들과 차벽을 치워줄 때까지 버티겠다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본 집회 후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앞 내자동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앞 신교동 사거리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탄기국이 청와대 쪽 행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와 헌재 방면 등 다섯 갈래로 행진하고 있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 전에 집회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태극기 집회는 탄핵 촉구 촛불집회 장소인 광화문 광장과 근접해 양측 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18번째를 맞는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이날 오후 5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됐다.

이번 촛불 집회의 특징은 이례적으로 태극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앞서 주최 측은 3·1절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새기기 위해 태극기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집회에 참석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탄핵안이 인용돼 박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후 7시께 본 집회를 마치고 부터는 정부서울청사 사거리부터 청와대 남쪽 100m 지점(자하문로16길21)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양측의 행진 경로와 시간이 이처럼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태극기 집회의 행진 경로가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에워싸는 형태인 데다가 헌재 변론과 특검 수사가 종료된 이후 집회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이어서 끝까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차벽 너머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는 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약 1만6000명)를 투입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 양측 간 접촉을 막고 있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