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중국에 역사적인 첫 勝… '눈물의 환희'
여자 아이스하키, 중국에 역사적인 첫 勝… '눈물의 환희'
  • 박고은 인턴기자
  • 승인 2017.02.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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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전공자, 의대생까지… 공식경기 사상 첫승에 눈물 '펑펑'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23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4차전에서 중국과 슛아웃(승부치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둬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중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역전승을 이뤄내면서 지난 23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날 중국과의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4차전에서 승부샷(승부치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2(1-1 1-1 0-0 0-0 <승부샷> 1-0)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대표팀은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처음 만나 1-15로 참패한 이래 7차례 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달랐다. 18년 만에 중국을 꺾으며 감동적인 광경을 보여줬다.

이날 3피리어드 60분간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 피리어드에서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승부샷에 들어가서도 9번 슈터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끝내 우리 대표팀의 10번 슈터 박종아가 페널티샷을 성공시키고, 골리 신소정이 중국 10번 슈터를 막아내며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창단된 것은 1998년이다. 19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유일의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다.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 당시에는 ‘개최국은 전 종목에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급조되다시피 했다.

17명으로 구성된 창단멤버들은 당시 주장 신소자를 비롯해 국제대회에서 금빛 사냥을 하지 못한 쇼트트랙 혹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들로 구성됐다. 대회가 끝난 뒤엔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2003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대비하기 위해 1년 10개월 만에 다시 팀이 꾸려졌다.

언제 다시 해체될지 모르는 팀에는 주부, 직장인, 중·고·대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낮엔 간호조무사 밤엔 아이스하키 연습을 하던 새터민 황보영 선수도 함께했다.

이번 대표팀도 피아노를 전공한 음대생부터 의대생 출신까지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하나로 뭉쳤고, 중국을 상대로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으켰다.

골을 터트린 박종아는 “비록 메달은 무산됐지만 중국을 상대로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수십 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이끈 골키퍼 신소정은 “중국을 이겨 우리 가능성을 온 국민에게 보여주자고 했다. 그 희망이 이뤄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팀은 25일 홍콩전과 관계없이 카자흐스탄에 승점에서 밀려 4위가 됐다.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의 열정은 헛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울려 퍼진 애국가에 눈물을 펑펑 쏟는 선수들의 모습은 이번 승리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고스란히 전했다.

머레이 감독은 “중국전 승리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며 “평창올림픽에서 절대 후회가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신아일보] 박고은 인턴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