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번지는 구제역… 충북 보은 '초토화'
우후죽순 번지는 구제역… 충북 보은 '초토화'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2.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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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소 1400마리 넘어… 3㎞ 방역대 사수 총력
25호선 국도변 한때 폐쇄 검토… 연천도 방역 강화
▲ 충북 보은군 마로면 한우농장에서 인부들이 살처분한 소를 땅에 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겨울 창궐한 구제역으로 충북 보은지역 전역이 초토화됐다.

첫 발생 이후 불과 8일만에 무려 7건이나 확산하면서 농가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 열흘만에 도살 처분된 소는 1400 마리를 넘어섰다.

구제역이 파죽지세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차량, 야생동물, 바람이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도 25호선이 발생 농가들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방역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경기 연천, 전북 정읍 등 3개 시·군에서 도살 처분된 소는 모두 21개 농장, 1425마리다. 올해 겨울 들어 지난 5일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총 9곳이다.

우종별로는 젖소 4개 농장 428마리(보은 3건 328마리·경기 연천 1건 100마리), 한·육우 17개 농장 997마리(전북 정읍 6건 339마리·보은 11건 658마리)이다.

▲ 충북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에서 한 주민이 도로 위에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발생 이후 무려 7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지역은 전방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지난 5일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나흘만인 지난 9일 서쪽으로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으로 번졌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동북쪽으로 460m 거리의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불과 하루 만인 12일에는 첫 발생 농장에서 서북쪽으로 2.4㎞ 떨어진 탄부면 상장리 한우농장에서 터졌다.

정부가 백신 일제접종까지 시행했지만 13일에는 3건의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최초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설정된 반경 3㎞의 방역대 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방역대 경계선을 향해 번지는 양상이어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농장주들은 항체형성률이 정부 제시 안전 기준치인 80%를 넘어선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백신마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일부 마을은 마을회관까지 폐쇄했다. 보은의 한 마을 이장은 "구제역이 확산하면서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나오더라도 축사 주변에는 발길을 끊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구제역 발생이 방역대 내 마로·탄부면에 집중되는 원인으로는 이 일대에 101개 농장이 밀집돼 있는데다 차량, 야생동물, 바람이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도 25호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소 사육 농장이 집중된 만큼 경운기 등 농기계가 오가며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고, 사료 운반 차량에 의한 확산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구제역 확산 축으로 지목된 국도 25호선을 한때 봉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차량이 여러 곳으로 우회할 경우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산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 상태에서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마로·탄부면에서 집중적으로 터지는 데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백신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율이 높아질 때까지 앞으로 1주일간 추가 발생을 막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구제역 발생 9곳 중 유일하게 A형 바이러스가 확인된 경기 연천지역은 돼지로의 전파 방지를 위한 방역를 강화하고 있다.

479개소 우제류농가 대상 1인1농가 담당공무원을 지정하고 축산밀집지역과 운행도로 집중 소득 등 차단방역에 나서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발생지역인 인근 시군의 우제류 가축(돼지ㆍ염소·사슴)에 대해 일제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