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경제…불황의 끝이 안보인다
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경제…불황의 끝이 안보인다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7.02.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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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 불황 장기화…대책 없는 정부와 정치권
▲ 서울의 대표적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이 손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외 불확실성의 확대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정국 불안과 내수경기 침체,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 한국의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과 맞물려 정국이 5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각종 경기 부양책도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의 '2017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3%로 떨어지고, 가계부채 또한 14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침체된 경기속에서 늘어난 빚으로 가계가 더욱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각종 경기 부양책 속에도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가 실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중립적인 상태인 '뉴 뉴트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표는 여러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승용차, 가구 처럼 가격이 비싸지만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 소비 증가 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내구재 판매는 전년보다 4.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2013년(0.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고 최근 10년간 2013년, 2008년(1.5%)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해 내구재 판매가 주춤한 것은 2015년 하반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지만 불안한 미래 탓에 목돈 소비를 미루려는 심리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도 가계의 지갑을 닫게 하고 있다. 가계 빚 증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더해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이 내수침체를 악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체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올랐으나 무(113.0%↑), 배추(78.8%↑), 달걀(61.9%↑) 등 먹거리 물가가 큰 폭으로 뛰며 체감 물가는 더 많이 올랐다는 목소리가 컸다.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고용 여건 불안도 위축된 소비 심리의 회복을 막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근로자 체불임금 규모는 1조428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0.0%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체불임금 신고 근로자는 작년에 32만5000명에 달했다.

기업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소비심리 악화와 더불어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기업이 예금주인 금액은 383조4597억원이다. 전년 대비 35조4043억원(10.2%)이나 늘었다.

중국의 경제보복성 조치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유독 한국의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는 것에는 경기 진작과 엇갈린 행보를 하는 정치권과 국정공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내 모든 현안을 빨아드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지적돼 왔다.

정치권 또한 지난해부터 탄핵정국에 함몰돼 민생, 경제 분야 관련 법안 통과는 올스톱 된 상황이다. 그나마 중국과의 긴장 관계 완화 등을 위해 개별적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정치권이 탄핵 정국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내수 및 수출 모두 최악인 상황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해결해줘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정원 기자 garden_b@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