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안종범 수첩' 증거 채택 "혐의 연관된 예외적 경우"
法, '안종범 수첩' 증거 채택 "혐의 연관된 예외적 경우"
  • 조재형·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1.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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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수석 "수첩에 국가기밀 많이 포함… 내용 숨기려던 건 아냐"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 재판에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모두 증거로 채택돼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0일 최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6차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좌관이 갖고 있던 수첩까지도 모두 증거로 채택,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에 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일명 ‘안종범 수첩’은 안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자신의 업무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해 놓은 수첩이다.

현재 검찰은 총 17권(510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했으며 안 전 수석과 최씨,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힐 구체적인 증거로 보고있다.

하지만 안 전 수석 측은 수첩 17권 가운데 11권은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안 전 수석 측은 “검찰이 수첩을 돌려주겠다고 한 뒤 약속을 어겼고, 애초 보좌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압수한 만큼 혐의 입증 자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수첩은 이미 검찰에 제출돼 있던 만큼 소지자는 김씨가 아니라 안 전 수석이나 검사”라며 장소의 위법성도 주장했다.

더불어 “조사 기간 수첩의 원본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며, 그런 상태에서 수첩 내용을 토대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일단 증거로서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수첩을 열람한 후 돌려주겠다고 했더라도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을 위해 관련 증거를 발견했을 때 이를 확보할 책임이 있다”며 “수첩이 범죄사실의 중요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다면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에 적힌 압수수색 집행 장소 위반을 주장하나 보좌관이 수첩을 지참하고 검찰에 출석해 제출한 이상 그를 수첩 소지자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이 검사에게서 수첩 열람 요청을 받고 스스로 보좌관에게 수첩을 가져오라고 해 제출한 점, 검사가 수첩 내용을 확인하며 피의자 신문까지 진행한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첩이 (대통령 등의)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안 전 수석 측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으나 압수대상은 범죄사실 자체와 직접 연관될 물건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동종 범죄와 연관될 만한 물건도 압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수첩은 이 사건의 사실 관계와 같을 여지가 있고, 안 전 수석에게 공소 제기된 혐의의 중대성에 수첩이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수첩의 압수 과정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해도, 예외적인 것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수첩에 국가기밀 사항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었기에 부담이 됐었지만 수첩 내용을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검찰에 소환됐을 때는 대통령을 위해 묵비권을 행사할 생각이었지만 역사 앞에 섰다고 판단하고 진실되게 임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의 이런 발언은 재판 과정에서 수첩의 증거 채택을 거부한 게 자칫 ‘증거인멸’ 의도로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헌법재판소도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한 바 있다.

앞서 19일 헌재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위법하게 수집됐기 때문에 증거 채택을 철회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현 단계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수첩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압수됐기 때문에 외관상 적법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판시했다.

[신아일보] 조재형·박선하 기자 grind@shinailbo.co.kr,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