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과 전쟁' 정부·지자체, 악덕 사업주에 칼 빼든다
'체불과 전쟁' 정부·지자체, 악덕 사업주에 칼 빼든다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1.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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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집중지도…"근본적 제도 마련 필요" 목소리
▲ 정부가 악덕 사업주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다. 사진은 아르바이트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 체불임금 해결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아르바이트노동조합 제공)

정부와 지자체가 체불임금을 개선하고자 악덕 사업주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의적·상습적 사업주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명단을 공개하고, 각 지자체별로는 집중지도와 특별점검에 나선다.

◇정부 '체불과 전쟁' 선포…집중지도·명단공개

먼저 정부는 근로자들이 설 명절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체불과의 전쟁'에 나섰다. 경기악화로 근로자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는 1월 설 명절에 대비해 9일부터 26일까지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 기간'을 운영한다. 통상 2주간 시행하던 집중지도 기간을 3주로 늘렸다.

이 기간 전국 47개 지방관서 1000여명의 근로감독관들이 체불임금 상담과 신고사건 처리를 위해 비상근무를 한다. 평일은 업무시간 이후 저녁 9시까지, 휴일에도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지난해 근로자 체불임금 규모는 1조4286억원으로 전년보다 10.0% 급증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집중지도 기간에는 보험료 체납사업장 정보 등을 활용, 취약 사업장 3600여곳을 선정해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방문과 전화 등으로 지도한다.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5억원 이상 고액 체불은 지방 관서장이 직접 지휘·관리한다. 5인 이상 집단체불 발생 시 현장 대응할 수 있도록 임금체불 전담팀도 운영한다.

원청업체가 기성금을 미지급하는 등 하청업체 체불임금에 책임이 있으면 엄격하게 연대책임을 부과한다.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생계 곤란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소액체당금' 지급 시기는 한시적으로 14일에서 7일로 줄인다.

소액체당금은 임금이나 퇴직금을 못 받고 퇴직한 근로자가 사업주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정부가 최대 300만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재산은닉 등 체불청산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는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처벌해 임금을 정당하게 지급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239명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 등에서 공개했다. 383명은 신용제재를 한다.

명단 공개 대상자의 이름, 나이, 주소, 사업장명, 소재지 등 개인정보와 3년간의 임금체불액이 관보와 고용부 홈페이지, 지방고용노동관서 게시판 등에 2019년 1월3일까지 공개된다.

◇서울·부산 등 지자체 점검반 비상근무 돌입

각 지자체도 발 벗고 나섰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집중 단속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설을 앞둔 11∼26일을 '하도급 부조리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건설현장 임금 체불, 하도급 대금 체불 등 행위를 단속한다.

'대금체불 예방 특별점검반'을 편성해 대금체불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현장에 나가 신속한 대금 지급 지도와 체불 예방 활동을 편다.

점검반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하도급 호민관 2명과 공인노무사·기술사 자격이 있는 명예시민 호민관 8명, 직원 4명 등으로 구성되며 3개 조로 편성해 현장을 누빈다.

신고가 들어온 현장을 우선 점검하고, 건설공사장 20곳을 선정해 예방 활동을 벌인다.

특히 조선업 위기로 높은 체불임금을 보이고 있는 부산고용노동청은 오는 26일까지 체불임금 청산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친다.

부산노동청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체불임금은 지난해 보다 27.9% 증가한 2716억원이 발생했고, 피해 근로자 수는 30.2% 증가한 6만3778명이다.

부산노동청은 이 기간 관내 7개 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과 함께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비상근무체제(평일 오전 9시~오후 9시, 휴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돌입한다.

5억원 이상 고액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부산고용노동청장 또는 관내 지청장이 직접 지휘·관리하고, 5인 이상 집단체불 발생과 재직근로자의 임금체불 제보에 대해서는 '체불상황 전담팀'이 현장으로 출동해 신속한 청산 지원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체불임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체불임금액인 1조4286억원은 우리나라 보다 경제규모가 큰 일본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원청 하청 관계로 이뤄진 제조업 구조와 기업 사정이 어려우면 인건비부터 줄이려는 사업주의 잘못된 인식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은 임금체불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도 임금지급보장기구 등에 의한 체불임금 지급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체당금 제도를 단순화해 수요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반복적 또는 고의적 임금체불 배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