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체불임금 사상 최대…'신음'하는 서민경제
지난해 체불임금 사상 최대…'신음'하는 서민경제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1.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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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직후 보다 많아…검찰, 악덕 사업주 수사 확대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조40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연초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하는 것은 물론, 무·배추·당근 등 겨울채소값도 2배 가까이 오르며 '물가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체불임금까지 겹쳐 서민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전년보다 9.95% 증가한 1조4286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체불임금액이 가장 컸던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으로, 체불액은 1조3438억원이었다.

지난해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 수는 32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1.3% 급증했다.

특히 조선업 위기 여파로 산업수도 울산의 올해 체불임금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올해 11월 말 기준 울산 기업체의 체불임금 총액이 364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 체불임금을 더하면 37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불임금 증가는 일시적 경영난 등 경기적 요인이 크지만, 원청업체의 불공정 거래 등도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고용부 분석이다.

고용부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 도산업체 73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주물량 감소 등 기업 내부적 요인으로 도산한 경우는 30.1%에 불과했다.

반면에 원청과의 관계에 따른 기업 외부적 요인으로 도산한 경우가 69.9%에 달했다.

무엇보다 실제 투입비용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하거나, 설계변경 등 추가비용을 하청에 전가하는 '불공정 도급계약'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기성금 미지급 피해도 상당수였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11월까지 체불임금 규모는 1조 3039억원에 달한다. 이는 체불임금액이 가장 컸던 2009년 전체(1조 3438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12월 체불액까지 더하면 2016년 체불액은 1조 4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확실시된다.

▲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조4000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등 서민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의 대규모 체불임금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은 이랜드파크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운 모습.
이런 가운데 '애슐리', '자연별곡' 등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의 대규모 체불임금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이랜드파크 소속 매장 360곳에서 4만4360명, 83억 7200여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이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랜드파크는 공식사과를 발표했다.

이랜드파크는 "그동안 (체불 논란을 야기한 계열사) 이랜드파크 안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잘못된 대우를 받은 아르바이트 직원 여러분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최근 3년 이내 입사한 근무자 중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이들에게 체불 이자와 미지급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는 설 명절을 앞두고 종업원의 임금을 상습적·악의적으로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구속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사업주의 도주나 잠적으로 기소 중지된 사건이 전체 24.3%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일제 점검을 하고 사업주 소재를 철저하게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1억 원 이상의 상습·악의적 체불뿐 아니라 체불액이 크지 않아도 재산 은닉 등 사유가 불량한 경우도 구속 확대 등으로 더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