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제 한 몸 불사르겠다"… 사실상 대권 '출사표'
반기문 "제 한 몸 불사르겠다"… 사실상 대권 '출사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2.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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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는 상황서 친박-비박 무슨 소용" 정치판에 쓴소리
최근 '국가 리더십 신뢰 배신' 발언 "박 대통령 겨냥 아냐"
유엔서 고별회견… 노 전 대통령 '배신' 비판엔 "인격 모독"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일 대선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침내 대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한국 특파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몸 불살라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대권 '출사표'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달 말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하는 반 총장은 이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고 자신의 힘은 미력하다"면서도 "국가의 발전과 국민 복리증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내년에 나이가 73살이다. 나이 많은데 쉬는 게 어떠냐는 사람도 있는데,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는 '대선 출마'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아직 남은 것을 의식한듯 "현재 대선이다, 대통령이다, 명확하게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발언을) 잘 해석해 보라"고 말해 이미 결심이 섰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반 총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해선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그간 새누리당 입당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과 관련해선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또 '최순실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상황, 국민들의 촛불집회 등에 대해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며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한국 국민들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믿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쌓여 있던 여러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여러분들이 다 모여서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파, 계층과 만남을 갖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친노 인사들로부터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대해선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의도가 있는 인격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정치적 공격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는 매년 1월 초에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 모두에게 새해 인사를 한다고 반 총장은 덧붙였다.

반 총장은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무대에서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 "국내 일을 하면서 국제적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며 얼마든 겸할 수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더 시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귀국 이후 계획과 관련해선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박근혜 대통령을) 당연히 만나야 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이라며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의장 등 3부 요인에 대한 귀국신고와 국립묘지 참배를 마친 뒤 고향에 내려가 선친 묘소 등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 반 총장은 '반기문 재단 설립설'에 대해 "아직 그런 계획이 없다"며 "최근 국내에서 내 이름을 걸고 나온 단체나 조직들은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고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