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이 최악의 AI 사태 낳았다
국정공백이 최악의 AI 사태 낳았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12.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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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확진 후 한달만에 관계장관회의 ‘늑장대응’
▲ (자료사진=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국정 공백으로 인한 늑장대응과 허술한 방역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10월 28일 민간 대학 연구팀이 채취한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원앙 분변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돼 지난달 11일 검역본부에서 최종 확진됐다.

하지만 이달 12일이 돼서야 AI관련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처음 열렸다.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 만이고, 봉강천 야생조류 확진 판정 후 한 달 만이다.

AI 위기경보는 바이러스가 사실상 전 지역에 확산한 이후인 16일에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2014년 1월 전북 고창군에서 최초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 만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8개 부처가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한 것과는 대조된다.

일본의 경우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마자 즉각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아베 총리가 직접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초기 대응의 차이는 피해 규모의 엄청난 격차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한 달 만에 도살 처분된 가금류 마릿수가 2000만 마리에 달했지만 일본은 100만 마리도 안 된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공백이 지속하면서 방역 콘트롤타워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뒷북’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농식품부는 전날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AI 발생농장을 거점으로 설정된 3㎞ 방역대 내에서 생산된 계란 반출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일주일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계란 운반차량이 농장 간 수평전파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계란의 반출만 금지됐고, 500m~3㎞ 이내 농가에 대해선 별도의 제재가 없었다.

AI 발생이 집중된 경기 지역만 지자체 차원에서 일주일에 1회로 반출을 제한하다가 그마저도 최근 다시 주 2회로 늘렸다.

그러나 계란 운반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산란계 농장 특성상 AI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농가 차원의 방역 역시 철저히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사태 초기부터 여러 차례 지적이 나왔다.

오락가락한 대책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토종닭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가 이달 15일 닭 유통을 다시 일부 허용했다.

농식품부는 “당시 토종닭 발생 사례가 없고, 장기간 유통금지로 인한 닭의 상품성이 저하됐다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제한적으로 유통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AI가 퍼질 대로 퍼진 상황에서 감염 위험이 큰 닭 유통을 다시 풀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토종닭 유통 제한 조치를 풀자마자 당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토종닭 농가에서 AI가 발생했다.

이어 다음 날인 16일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됐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17일부터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으로의 토종닭 유통을 금지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방역 효과를 높이면서도 농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비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