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돼버린 '집'… 전월세 안정화 필요
'짐'이 돼버린 '집'… 전월세 안정화 필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2.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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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기까지 모으거나 갚아야 '내 집 마련'
임대주택 높은 주거비에 '사도 안 사도 부담'

▲ 서울시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신아일보DB)
인천에 사는 이모 씨(31)는 최근 서울 소재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포기했다. 직장이 서울에 있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주를 시도했지만 지금 거주 중인 집을 팔더라도 억대의 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전세금 역시 집값 못지 않게 높아진데다 월세는 매달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용이 크다보니 매일 출퇴근에만 2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이 씨의 고민이 깊다.

최근 이 씨와 같은 걱정에 휩싸인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소득에 비해 턱 없이 높아진 집값은 주거 마련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다.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버는 족족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는 부담이 젊은층의 생활을 옥죄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69조원으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892조원의 75%를 차지한다.

가계에서 받는 대출의 상당부분을 주담대가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 12% 가량 증가했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소득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주택구입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기준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가구주가 대출 없이 서울에서 평균 수준의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선 처분가능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 6개월 동안 모아야 한다. 지출을 고려하면 약 38년 6개월이 소요된다.

대출을 받지 않을 경우 70세가 가까워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고 역으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에는 은퇴시점까지 빚을 값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주택 구입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젊은층 사이에선 "집이 아니라 짐" 또는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거주의 안정 차원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은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은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또 젊은층 사이에선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인식의 전환이라기 보단 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소득 수준에 맞는 합리적 집값 형성과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보편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정말 공공주택이 충분하고 원하는 임차주택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구조라면 굳이 내 집 마련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2년 마다 상승하는 전세 임대료와 매월 지출해야 하는 월세 주거비를 고려했을 때 결혼을 하고 부터는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정적 삶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최근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확산됐었는데 정부에서 임대시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보니 내 집을 갖고 있는 경우와 임대 간 주거비 차이가 큰 게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집값 하향 안정화 노력과 전월세 시장에 대한 안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