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스탈린식 숙청’… 트럼프 인선 ‘삐걱’
‘칼부림·스탈린식 숙청’… 트럼프 인선 ‘삐걱’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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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논란 배넌 백악관 특보 기용… 크리스티파 대거 축출
▲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힐튼 미드타운 호텔의 대통령 수락연설 행사장에서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11일 정권 인수위원장이 돌연 교체되면서 트럼프 인수위와 버락 오바마 백악관 간의 인수인계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임 정권 인수위원장을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인수인계 양해각서에 아직 서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인선 작업의 불협화음은 극우 인사인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준하는 자리인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배넌의 지명은 공화당 일각은 물론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CNN은 인수위 내부에 ‘칼부림’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저지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정권인수위원장이 부위원장으로 전격 강등되고 그의 측근들이 축출당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크리스티는 돌연 인수위원장에서 밀려났다.

인수위를 자기 사람들로만 채우려다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크리스티 주지사의 측근 중 한 명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이 15일 인수위에서 돌연 하차했다.

인수위에서 국가안보팀을 이끌어 온 로저스 의원의 인수위 하차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NBC 방송과 의회전문지 더 힐 등 미 언론은 로저스 전 의원의 낙마는 사실상 ‘크리스티파 제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BC는 로저스 전 의원과 가까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는 이른바 ‘스탈린식 숙청’의 희생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저스 전 의원이 유력한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까지 거론됐으나 이제는 후보명단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인수위의 국방·외교정책 담당 2인자였던 매슈 프리드먼도 인수위에서 해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인수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일 하려는 외국 정부와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프리드먼은 대선 후 트럼프와 세계 정상들의 전화통화를 조율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들과 주류 공화당원들 간의 마찰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언은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인수위팀과 얘기해 본 결과 지난주의 내 권고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가까이하지 마라. 그들은 화를 내고 교만하며 (나에게) ‘당신은 패배했다’는 소리까지 지른다. 추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공신 간 자리다툼도 난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외교 관련 경력이 전무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거론되는 게 한 사례다.

국무장관에 그의 이름이 급부상한 것은 그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CEO 위원회라는 행사에서 “법무장관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또 존 볼턴 전 유엔대사의 국무장관 발탁에 대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나일 것이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연방검사 시절 뉴욕에서 ‘마피아와의 전쟁’을 벌이며 부패척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러한 경력 덕분에 트럼프 행정부 법무장관이나 국토안보장관 1순위로 거론됐다.

NBC방송은 “그의 경력이 주로 사법 분야에 한정된 탓에 ‘줄리아니 국무장관’ 소문은 일각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최고 우군 중의 한 명이자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일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한 점도 변수다.

흑인인 카슨은 보건복지부 장관 0순위로 꼽혔으나 돌연 입각을 기피함에 따라 트럼프로서는 당혹스럽게 됐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