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보기' 철도파업…"더는 못 참아"
'끝장보기' 철도파업…"더는 못 참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1.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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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불편부터 산업계 손실까지 '피해 눈덩이'
귀 닫고 입 닫은 노사 불통에 내팽개쳐진 서비스

▲ 서울시 용산구 KTX-서울역의 열차 승강장.(사진=신아일보DB)

철도파업이 초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고객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열차 이용객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물류의 상당량을 철도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철도공사 노사가 꽉 막힌 소통으로 갈등의 골을 깊게 파들어가는 동안 철도서비스는 고객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20일 이후 매일 역대 최장 파업기간을 경신하며 36일째까지 이어졌다.

철도파업이 예상을 뛰어넘은 초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열차 이용객은 물론 산업전반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행횟수가 크게 줄면서 이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 초기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겠다던 승객들도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파업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며 무궁화호를 이용해 서울 직장으로 출근하는 한 여성(35)은 최근 서울 영등포역에서 퇴근 길에 이용하는 오후 6시 21분 무궁화호 열차를 놓쳐 1시간 10분을 기다린 뒤 7시 31분 차를 타야 했다. 해당 시간대 무궁화호 배차 횟수가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저녁 8시까지는 어린이집으로 아기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7시 31분 열차를 타게 되면 평택에 8시 20분이 가까워서야 도착할 수 있다"며 "안그래도 아침에 가장 먼저 어린이집에 들어가는데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남편이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라고 할 정도"라며 "파업을 이제 그만 멈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운송량의 35%를 철도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업계는 그야말로 초 비상이다. 파업초기 준비했던 재고량 마저 바닥을 드러내며 납품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시멘트업계에선 철도파업으로 인해 하루 평균 12억원씩 지금까지 총 4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A시멘트회사 관계자는 "파업 3~4주차까지는 사전에 준비했던 재고와 철도공사에서 제공한 비상열차 운행으로 겨우 연명했는데, 지난주부터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고 이제 납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B시멘트회사 관계자는 "현재 레미콘사에 납품하는 시멘트가 평시의 50% 아래로 떨어졌다"며 "공사현장에서 10~11월은 겨울을 앞두고 가장 바쁜시기인데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 지난달 31일 오후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 2000여명이 국방부 앞에서 '군(軍) 대체인력 투입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철도노조)

상황이 이렇지만 철도 노사의 대립 구도는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사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느냐 마느냐 자체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내년부터 120여개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데, 철도공사만 빠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노조가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철도공사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를 인정하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도 안된다"며 "우리도 당장 해결하고 싶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 하에 진행하지 않는 이상 파업철회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