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연설문 수정' 용서받을 수 없는 대통령의 사과
'최순실 연설문 수정' 용서받을 수 없는 대통령의 사과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6.10.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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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최순실 의견들어"… 눈물 맺히기도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이 사전 유출된 사실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제외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취재진과 대면한 것은 작년 8월 6일 노동개혁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경제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 발표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남색 재킷과 같은 색 정장 바지를 입고 오후 3시43분경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들어서자마자 묵례를 한 뒤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1분40초간 직접 읽어내려갔다.

박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알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적이 있으며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는 말도 더했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을 낭독한 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브리핑룸을 떠났다.

이날 자리에는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정연국 대변인,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 주요 참모들도 참여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사과문 발표 말미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25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24일 JTBC는 최씨가 쓰던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의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각 파일을 어디선가 받아서 본 시간은 박 대통령이 실제 연설을 하기 전이었다. 공식 행사 연설문은 물론 국무회의 발언, 대선 유세문, 당시 대선후보 TV토론 자료, 당선 공식 연설문 등도 포함됐다.

이같은 내용이 보도된 뒤 '탄핵론'까지 나올 정도로 여론이 들끓자 박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는 ‘탄핵’, ‘박근혜 탄핵’, ‘하야’ 등의 키워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시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또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직후 최고위원회와 중진의원 간담회를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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