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장애 치료 후 병역 면제 20대男… 法, 무죄 선고
성 정체성 장애 치료 후 병역 면제 20대男… 法, 무죄 선고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07.31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호르몬 주사 결과 중대… 회피 목적이라기엔 위험부담 커"

군 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성 주체성(정체성) 장애 치료를 받고 군 면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부(이은신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유죄로 확신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3급을 받았지만 4년 뒤인 2011년 재검사에서 성 주체성 장애로 5급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당시 A씨는 2010년 11월 성 주체성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했고, 이어 2011년 1~9월 동안 20여회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아 가슴이 커지는 등 신체변화를 겪었다.

이에 병무청은 A씨를 병역 면제처분했지만 검찰은 A씨의 행동이 고의로 병역을 회피한 것이라고 보고 지난해 5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비뇨기과에 '어느정도 여성호르몬제를 투약해야 남성기능에 영향을 받는지'를 문의한 것을 남성성 상실을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또 동·서양 역사와 군대에 관한 글 등을 인터넷에 자주 썼고 격한 욕설을 쓰는 등 남성성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씨가 고의로 신체를 손상하고 성 주체성 장애를 앓는 것처럼 속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중학교 때부터 손톱을 길러 매니큐어를 칠하고 이후에도 성형수술을 하는 등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여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었던 점 등에 주목했다.

그러나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할 무렵부터 성 주체성 장애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면제 처분을 받은 이후로는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병역회피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여성호르몬 주사는 남성의 몸을 여성의 몸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그 결과가 중대하다"며 "단지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주사했다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호르몬 주사 투약 중단 이유는 투약시 고혈압, 고혈당, 간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병역 면제 처분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 아닌 건강상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