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검찰 수사속 신동빈 '3연승'… 내주 귀국 예정
롯데그룹 검찰 수사속 신동빈 '3연승'… 내주 귀국 예정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6.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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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승복 못해"… 검찰 조사·사업 추진 등 과제 산적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연합뉴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롯데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또다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주주들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경영권 방어는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그러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무한 주총'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다가오는 검찰 수사 등 신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귀국 후 다음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9월 말까지 석 달 동안 시간을 벌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SDJ코퍼레이션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 결과, '현 경영진 해임안'과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주주 과반 이상의 의결로 부결됐다.

이들 안건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것이다.

현재 광윤사(고준샤·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 롯데 홀딩스 주요 주주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뺀 나머지는 또 다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일본 주주들의 표심은 흔들리지 않았던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에서 경영권까지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어떻게 될지 홀딩스 주주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동빈 우호 지분의 결속력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다. 귀국하면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하고 이로 인해 차질을 빚었던 사업 추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 높아지고 있는 반(反) 롯데 정서도 신경 써야 하며'‘무한 주총'을 예고한 신 회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이후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30여곳은 한국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비자금 조성, 오너가(家)·관계사 부당 지원 등 수 많은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계열사인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롯데케미칼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롯데사태'가 터진 뒤 호텔롯데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를 포기하고 롯데케미칼은 인수의향서까지 제출했던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하는 등 사업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

당연히 지난해 7월 이후 한·일 롯데 원톱(One Top), 총수 자리에 오른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올 수 없는 상황이다.

형 신 전 부회장도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신 전 부회장은 22일 "한국 롯데그룹과 관련해 보도되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25일 주총에서 해명하라"며 홀딩스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질의서에는 "(롯데홀딩스가) 진상규명 노력을 했느냐", "보도로 불안을 느끼는 종업원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했느냐", "의혹이 제기되는 신동빈 회장을 유임시킬 것이냐" 등을 포함한 25개 문항이 실렸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전날 주주총회가 열린 도쿄 신주쿠 롯데 본사에 모습을 드러낸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가운데, 동생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은 차에 탄 채 쏜살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도전자 격인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실로 밝혀낼 경우 롯데그룹은 '집단경영체제' 같은 새로운 경영 방식을 고안해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검찰 수사가 롯데 지배구조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종업원지주회(27.8%)가 기존 입장을 뒤집을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순식간에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회복 시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음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며 "표면적인 결과는 지난 임시주총들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은 당장 27일 열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와 일본과 한국에서의 소송전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 '신동주 전 부회장의 쓰쿠다 상대 손해배상(약 8억엔) 소송' 등 5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해 진행 중인 소송은 '호텔롯데와 롯데호텔 부산을 상대로 한 자신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건이 남아 있다.

주총 승리로 일단 한숨을 돌린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일주일 가량 일본에 더 머물며 검찰 수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뒤 다음 주말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의 공세가 심해진 상황에서 혹시 모를 일본 관계사와 직원들의 동요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병세를 돌보며 검찰 수사를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롯데그룹은 주총 직후 입장 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임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면서 "당면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 경영진이 이뤄낸 경영성과를 주주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면서 "세 번에 걸친 주주총회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신 전 부회장 측은 더 이상 주주제안을 할 명분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