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휠체어 타고 법정 출석… "기회를 달라"
이재현 CJ회장, 휠체어 타고 법정 출석… "기회를 달라"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11.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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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휠체어를 타고 1년 2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이날 오후 4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이재현 cj회장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그리고 그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 기간을 연장해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

1심과 2심은 이 회장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보고 실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올해 9월 이 회장의 배임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장이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는 작년 2월과 9월에 열린 1심 및 2심 판결 당시 휠체어를 타고 직접 법정에 나섰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한 올해 9월 상고심 기일에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 측은 이날 법정에서 법리적으로는 배임 혐의에 집중하는 한편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선처를 촉구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고려해 양형에 반영해달라"며 일반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이 맞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금융기관 관계자도 대출 당시 보증 제공은 형식적 의미였다고 진술했다"며 "이 회장 등도 회사에 어떤 손해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이어 "이 회장 등은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CJ재팬에 손해를 끼칠 의사가 없었다"며 "실제로 CJ재팬에는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 변제를 위한 모든 조치도 취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CJ 재팬 측이 아무련 관련 없는 회장 부동산 대출을 위해 담보를 제공하고 거액의 보증 채무까지지는 손해를 졌다"며 이는 특경법 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법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회사임직원이 회삿돈 1000억원을 담보로 받고 대출 받아도 우연히 가격이 안 떨어져 원리금을 갚았다면 가중처벌이 안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날 문제가 된 CJ재팬 빌딩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임대료 수익과 현재까지 채무 상환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작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모든 게 제 탓"이라며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 유지인 창업보국,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정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 4명이 대기했으며,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려 들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한편, 변호인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료진은 심각한 감염 우려 때문에 외부 외출을 삼가게 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재판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로 출석했다"고 말했다.

또 "신장이식 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기간인 1년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사실상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 수감된다면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사실상 수용생활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