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작이 좋았으니까”
이유영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작이 좋았으니까”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0.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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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 ‘봄’으로 밀라노영화제 수상
‘그놈이다’의 귀신 보는 소녀 역
▲ (사진=연합뉴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누드모델 인경(‘봄’), 팔자 한번 고쳐 보려고 온몸을 내던지는 기녀 설중매(‘간신’), 귀신을 보며 살인마에게 뒤쫓기는 음침한 소녀 시은(‘그놈이다’).

신예 이유영(26)이 출연한 장편 영화는 모두 세 편이고 그가 맡은 세 역할은 모두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다.

캐릭터의 인생이 이러하니 연기도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라 노출은 물론이고 여성끼리의 베드신은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실제의 이유영은 영화 속 모습과 딴판이었다.

20대다운 발랄함을 폴폴 풍기며 자리에 앉아 맑은 얼굴로 오밀조밀하게 자신이 겪어온 성장기와 배우로서 품은 꿈을 이야기했다.

“예쁘고 밝은 모습으로 영화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역할을 고를 때는 내가 얼마만큼 잘해낼 수 있는가, 극에서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인가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고르게 됐던 것 같아요.”

캐릭터의 중요도를 따져 보면 신인 배우로서 이유영의 선택은 옳았다.

‘봄’의 인경은 주연 중 하나이고 ‘간신’의 설중매는 이 영화의 아쉬운 흥행 성적에도 사람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스릴러 ‘그놈이다’의 시은은 주인공 장우(주원)가 살인마를 추적할 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조력자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는데 한순간도 대본을 놓고 싶지 않더라고요. ‘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거야’, ‘시은이는 뭐하는 애지’ 명확하게 딱 나오기까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더 재미있고 기대 이상이었어요. 시은이도 색다른 캐릭터고요.”

“다크서클 때문에 속상했다”고 외치는 이유영은 영락없는 20대 여배우였다. “화장하는 데 1분, 다크서클 그리는 데는 3분, 그렇게 걸렸어요. 한번은 너무 못생기게 나오는 것 같아서 BB크림을 살짝 발라봤어요. 그랬더니 분장하시는 분이 ‘다크서클 어디 갔어?’ 하더니 쓱쓱 지우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캐릭터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이렇게 못생겼구나…(웃음)”

1989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10대 청소년의 연예계 입문이 흔한 지금으로서는 입학(2010년)도, 장편 데뷔(2014년)도 다소 늦었다.

길거리 캐스팅을 여러 번 받았고 연예계 활동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미용실에서 일했다.

“부모님한테 죄송해서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서 연기과가 눈에 들어왔어요. 예전에 사람들이 연기하라고 했던 생각도 나고…. 연기를 공부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더라고요. 연기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일이니까요.”

공부하면서 단편영화 수십 편에 출연하고 나서 그에게 ‘봄’이 찾아왔다. 조근현 감독의 ‘봄’은 지난해 개봉하기도 전에 밀라노 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이유영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처음에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내가 세계 여러 배우 중에서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을 수도 있다니…. 이후 국내에서 신인상도 2개 받고요. 상을 받고 나서는 부담이 진짜 많이 됐어요. ‘간신’을 할 때는 ‘연기를 잘 못하면 어쩌지?’ 했고요. 지금은 두려움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어요. ‘지금 잘했다’뿐 아니라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는 상이니 자신감을 가지려고 해요.”

최근 홍상수 감독의 신작 촬영을 마친 그는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차근차근 좋은 작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갈 생각이라고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시작이 좋았으니까, 시작일 뿐이니까. 오래오래 일하자고 회사(소속사)랑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인내심 있게 배우면서 오래오래 남는 배우가 되자고요. 저는 즐겁고 행복하게 연기 생활을 하고 그걸 관객이 느끼게 하는 영향력이 있는 배우,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