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리베이트 관행 여전… 제약사·의사 무더기 적발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 여전… 제약사·의사 무더기 적발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5.08.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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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글로벌 의료기기 판매업체도 불법 리베이트 가세
檢, 총 9개 업체와 의사 339명 담당 기관에 행정처분 의뢰

'쌍벌제 및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단속기관의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제품설명회를 빙자한 해외 골프관광 접대를 받거나 논문 번역료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의사 536명이 대거 적발됐다.

또한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청렴을 내세운 다국적제약사, 과거 리베이트 적발로 홍역을 치렀던 몇몇 제약사 등도 적발 대상에 포함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A제약회사 영업이사 손모(46)씨와 B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 사장 김모(46)씨 등 7명을 약사법·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검찰은 7개 대형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대학병원 의사 신모(47)씨 등 4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의사 339명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외 제품설명회 등 명목으로 신씨 등 정형외과 의사 74명을 방콕이나 하와이 등지로 데려가 골프관광을 시켜주는 수법으로 총 2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회사는 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19개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손씨의 경우 2010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의사 461명에게 500여 차례 약 3억 59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씨는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의사들에게 논문 번역료나 시장조사 응답 보상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지만 정작 의사들은 번역과 시장조사 등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설문조사 수당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직접 주지 않고 전직 임원이 설립한 설문조사기관을 통해 지급하기도 했다.

대학병원 의사 김모(48·불구속 기소)씨는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7개 제약회사 관계자들로부터 15차례 2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선결제해 놓은 업소에서 공짜로 술을 마시거나 아예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 중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과거 리베이트 적발 경력이 있었다. 특히 5개 업체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도입 이후에도 돈 살포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두차례 이상 적발될 경우 제약회사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작년, 금품 제공자 외 수수자도 처벌토록 하는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여기에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적인 영업행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제네릭 시장 속 영업경쟁을 하다보니 그 동안 수차례 리베이트 행위들이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경찰로부터 적발돼 왔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대체로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하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리베이트 무풍지대로 통해왔다.

검찰은 "그동안에는 리베이트 단속이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수사를 통해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적인 영업행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은 영업비용 상승으로 인한 약값인상을 가져올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증대시킨다"며 "불법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사범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검은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기 위해 검찰·경찰·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국세청·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7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을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