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새로운 배경, 고척돔 야구장을 가다
한국 야구의 새로운 배경, 고척돔 야구장을 가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8.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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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 프로야구 돔구장 시대 열린다
▲ 국내 최초 돔구장인 서울 고척돔 야구장(서남권 돔 야구장) 내부. 11일 현재 공정률 99.5%로 다음달 말 준공 검사를 마치면 시운전 기간을 거쳐 2016년 시즌에는 한국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흙·라커룸 내 목욕탕 등 자문단의 지도로 선수 편의시설 마련
수영장·상가 등 수익 시설도 갖춰 주차장 부족, 교통 문제 등 난제도

돔구장 시대가 열린다. 한국 야구의 ‘배경’이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서울시 관계자와 고척돔 야구장(서남권 돔 야구장)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은 99.5%다. 9월15일에 준공 검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 말께 준공 검사가 끝나고, 시운전 기간을 거친 후 고척돔은 야구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2016년 시즌에는 고척돔에서 한국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전망이다.

1904년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한국에 야구를 소개한 후, 한국은 110년이 넘게 야외(개방형 구장)에서만 야구 경기를 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가 맹위를 떨치면서 야구인과 팬의 시야는 넓어졌다.

12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일본프로야구를 바라보며 부러움도 자랐다.

우천 취소가 늘어나 경기 일정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 어김없이 “우리도 돔구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랜 진통 끝에 한국 야구도 돔구장을 갖게 됐다.

고척돔은 이미 야구 경기를 할 환경을 모두 갖췄다. 내부 시설을 다듬는 과정만 남았다.

한국 야구의 새로운 배경이 될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을 다녀왔다.

▲ 고척돔 야구장 외부에 세워진 초대형 야구공 조형물.(사진=연합뉴스)

◇ 돔구장 천장을 때리는 홈런 타구 

돔구장의 상징은 ‘지붕’이다.

많은 한국팬이 2009년 일본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이승엽이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 지붕을 때리는 커다란 타구를 만든 장면을 기억한다. 로컬룰에 따라 당시 타구는 2루타로 기록됐다.

고척돔 지붕을 강타할 타구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척돔 그라운드에서 지붕까지 최대 높이는 67.59m다. 도쿄돔(56.19m)보다 11.4m가 높다.

사실 도쿄돔은 일본프로야구 구단이 사용하는 돔구장 중 천장 높이가 가장 낮다.

이대호가 뛰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은 지붕까지 높이가 83.96m나 된다. 오사카돔은 83.09m, 삿포로돔은 68m, 나고야돔은 66.9m다.

이런 구장에서는 타구가 천장을 때리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비거리 150m를 넘는 초대형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린다면 고척돔 천장을 때린 후 외야 관중석으로 떨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타구 비거리에 따른 공과 구조물의 충돌 여부’ 시뮬레이션을 했고 ‘비거리 140m짜리 타구는 지붕 구조물에 충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보다 큰 타구가 나오면 돔구장 천장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붕을 때리는 타구’는 고척돔 야구장이 선사할 최고의 팬 서비스가 될 수 있다.

◇ 고척돔은 투수편? 타자편? 

고척돔 홈플레이트에서 외야까지의 거리는 중앙 122.167m, 좌우 99.116m다.

한국프로야구 구단이 홈으로 쓰는 구장 중 잠실 야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먼 거리다.

외야 펜스 높이는 4m로 부산 사직구장(4.8m) 다음으로 높다. 거리와 높이로만 판단하면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돔구장 변수’가 있다.

돔구장은 공기 저항이 적고, 냉난방을 하며 발생하는 상승기류로 개방형 구장보다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

일본 돔구장이 개방형구장보다 외야 펜스를 높게 쌓는 이유다.

타자친화적일 수 있는 ‘돔구장의 공기’를 거리와 높이로 상쇄한다는 의미다.

고척돔을 타자가 반길지, 투수가 선호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고척돔 야구장의 선수 편의시설. 1루쪽 라커룸에 샤워장과 함께 몸을 담글 수 있는 목욕탕 시설이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 야구에만 집중하라… 선수 편의 시설

하지만 고척돔은 선수 모두가 반길 만할 편의시설을 갖췄다.

고척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KBO·프로야구 구단·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가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조언했다.

메이저리그의 구장관리 최고책임자인 그라운드 키퍼도 방한해 고척돔을 둘러보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와 현대산업개발은 선수 편의 시설에 공을 들였다.

1루쪽 라커룸에는 샤워장과 함께 몸을 담글 수 있는 목욕탕 시설도 자리했다. 3루쪽에도 샤워시설을 완비했다. 선수들이 짐을 놓고, 휴식을 취할 공간은 충분하다.

그라운드 상태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 키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고척돔은 국내에서 생산한 최신 인조잔디로 그라운드를 덮었다. 인조잔디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땅이 굳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쿠션감’을 가미했다.

마운드, 베이스와 홈플레이트 사이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사용하는 흙을 깔았다. 오래된 야구장에서 나타나는 마운드와 타석에서 흙이 파이는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불펜의 위치는 이색적이다. 고척돔 불펜은 지하 1층에 자리했다.

불펜이 지하에 자리한 건 청주구장과 고척돔뿐이다. 애초 고척돔 시공사도 외야에 불펜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에서 “외야에서 마운드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해 지하로 옮겼다.

고척돔에서 구원 등판하는 투수는 지하에서 몸을 푼 뒤, 계단으로 더그아웃에 올라와 마운드로 향한다.

▲ 야구장(서남권 돔 야구장)의 수익시설인 수영장. 서울시는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주체를 선정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 다이아몬드 클럽석·수영장…관객 편의와 수익성

2007년 고척돔 건설이 확정됐을 때, 고척돔의 용도는 ‘동대문 야구장을 대체할 아마전용구장’이었다.

공사비는 530억원으로, 2만2000석 규모의 하프돔 형태가 애초 구상이었다. 하지만, 수차례 설계가 변경됐고 전면돔 형태로 큰 틀까지 바뀌면서 공사비는 2000억원까지 올랐다.

고척돔은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구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현대산업개발은 ‘편안한 고가의 좌석’을 마련하고,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좌석의 편안함을 고려하다 보니 관중석은 1만8092석으로 줄었다.

대신 포수 뒤에서 극장식 의자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클럽석, 독립된 공간인 스카이박스 등을 마련했다. 테이블석 비율도 높였다.

내야 일반석 의자의 폭도 50㎝로 넓혀 편안함을 추구했다.

고척돔 지하에는 수영장도 있다. 서울시는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주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수영장 근처에는 상점 등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모두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소다.

또 고척돔은 야구가 열리는 않는 겨울에는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서울시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고척돔은 문화행사 대관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시공했다”고 밝혔다.

◇ 고척돔이 해결해야 할 문제, 소음·교통… 세계 최초로 투명차음막 지붕에 설치

고척돔 오른쪽 외야 창을 통해 학교가 보인다. 주택가도 형성됐다.

또한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고척돔 하늘을 지난다.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를 막는 건, 고척돔에서 가장 무게를 두고 고심했던 부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야구 경기를 하면 약 98데시벨의 소음이 발생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계 과정부터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최초로 투명차음막을 지붕에 설치해 소음발생원 약 98데시벨을 주변 공동주택에 도달할 때 약 40~50데시벨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투명차음막은 들어오는 소리를 막는 데에도 효율적이다.

고척돔 하늘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비행기의 소음이 유입되는 것도 최소화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모를 때도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투명 천장을 통해 비행기가 오가는 모습이 비치는 것도 고척돔의 장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소음 문제’를 아직 완전히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시는 야구 경기나 공연이 펼쳐질 때 발생하는 소음이 실제 인근 주민에게 끼칠 영향을 더 연구할 계획이다.

사실 가장 오래 제기돼 온 문제는 교통이다. 돔구장 건설을 ‘숙원’이라고 말하던 야구인들이 “왜 하필 고척동인가”라고 반기를 든 이유 중 하나도 교통 문제였다.

고척돔은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연결되는 악명높은 상습 정체구간이다. 야구팬에게 상습 정체구간을 뚫을 만한 열정을 강요할 순 없다.

더구나 애초 아마추어구장을 짓기로 한 곳이라 주차장도 충분치 않다. 500대 정도의 차량만이 고척돔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서울시가 계획한 ‘사전주차예약제’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실 일본 돔구장에도 주차난은 심각하다.

4만56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도쿄돔은 700대의 주차만 가능하다. 2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후쿠오카 야후오크돔 정도만이 고척돔보다 주차가 용이하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접근성으로 난제를 풀고자 한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는 구일역 서쪽 출구를 열어 관객의 편의를 도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동쪽 출구만 있는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걸으려면 성인 걸음으로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서쪽 출구가 열리면 3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물론 인근 버스정류장을 더 확보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고척돔 개장을 반기는 목소리와 우려하는 목소리는 엇갈린다. 양쪽 모두 설득력이 있다.

돔구장은 비와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아닌, 하늘 때문에 일정이 바뀔 일은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국제 야구대회 개최지에서 늘 외면당했던 한국이 이젠 고척돔을 무기로 적극적인 유치에 나설 수 있다.

반면 고척돔 앞 좁은 도로를 보고 “왜 하필 이곳에 한국 최초의 야구 돔구장을 지었는가”라는 지적할 외국인의 시선도 감수해야 한다.

이미 고척돔은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젠 활용도를 높일 혜안이 필요하다.

고척돔 활용법은 ‘사람’에 따라 그 크기가 커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