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정상회의 '그리스 타협안' 도출… "그랙시트 없다"
유로존 정상회의 '그리스 타협안' 도출… "그랙시트 없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07.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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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구제금융 만장일치로 합의… 3년간 820억~860억유로 지원
'한시적 그렉시트' 배제…그리스 국유재산 500억유로 펀드 운영키로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6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13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합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해소됐다.사진은 이날 정상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왼쪽부터)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인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개시하기 위한 합의가 '만장일치'로 이뤄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해소됐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3일 "밤샘 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그리스가 강도높은 개혁안을 이행하는 대신 유럽안정기금(ESM) 프로그램과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합의 내용과 형식에 만족한다. 이제 그렉시트는 없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합의안이 각국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은행들의 파산과 그렉시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로부터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을 지원 받는 대가로 채권단이 요구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용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명예로운 합의'를 이룰 준비가 됐다고 밝혔지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한시적 유로존 축출' 협박에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 재조정을 얻어냈지만 부채 탕감(헤어컷)은 거부됐으며 '금지선'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노동관계, 민영화 등 4대 부문에서 굴복에 가까운 타협을 이뤄냈다.

▲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오른쪽) 총리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이 정상회동에 참석하고 나오는 모습.ⓒAP=연합뉴스
그리스는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연금 개혁, 민영화 등 고강도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입법절차를 마쳐야만 ESM을 통해 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820억~86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고 ESM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독일이 제안한 '한시적 그렉시트'는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회의를 마치고 "채무 재조정과 350억 유로 규모의 성장 계획은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게 할 것"이라며 "긴축 조치는 성장 계획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 후속 조치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은행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ECB는 그리스 의회의 승인 과정을 확인한 후 현재 890억 유로 수준인 한도를 서서히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오는 15일까지 개혁법안 입법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내부 반대 여론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미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Left Platform)는 지난 11일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한 개혁안에 대한 표결에서 17명이 지지를 거부해 치프라스 총리에 반기를 들었다.

40명 선으로 알려진 좌파연대 계열 의원들 가운데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정상회의 안건으로 올린 협상안이 공개되자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협상 개시의 전제 조건인 부가세 간소화, 세원 확충, 연금 개혁, 민사소송 절차 간소화, 통계청 독립성 보장 등 7개 부문의 입법 처리를 앞두고 집권당의 분열이 예상된다.

다만 그리스가 이 협상을 포기한다면 은행 파산, 실질적 국가부도, 그렉시트 등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그리스는 결국 채권단과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