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역경 속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련 수석께서는 광복 70주년 사면에 대해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과 지시는 다음 달 15일 제70주년 광복절을 맞아 헌법상 대통령의 특별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행 헌법과 사면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고유권한으로 특정인들에 대한 형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유죄 선고효력을 정지시키는 등의 특별사면을 실시할 수 있다.
특별사면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법무부 장관 상신, 대통령 결정 등의 절차에 따라 이뤄지며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들어 특별사면은 지난해 1월 서민생계형 및 불우수형자 5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유일했다. 당시 정치인 또는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언급과 지시에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두가지 명분을 내건 만큼 현 정부 들어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던 재계총수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그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들의 사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열린 30대 그룹 긴급사장단 회의에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재계 인사 중에서는 형기의 절반 이상을 복역한 SK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회장 등이 특사 및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 등 정치인들도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여야 정치권에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사면 검토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사면권의 제한적 행사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사회지도층 인사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 지형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을 뒤집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여기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 사면권의 요건·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까지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날 추진 의사를 밝힌 사면은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