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돕기도 '뚝' 끊겨…농촌, 가뭄·메르스에 시름
일손돕기도 '뚝' 끊겨…농촌, 가뭄·메르스에 시름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6.14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수기로 물 댄 뒤 모종 옮겨놨지만 제대로 견뎌낼지..." 한숨만

▲ ⓒ연합뉴스
충북 보은군 수한면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이문섭씨는 요즘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밭을 볼 때마다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며칠 전 밭고랑에 비닐을 덮어씌운 뒤 오이 모종을 옮겨심었지만, 극심한 가뭄 속에 어린 모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지 걱정이다.

9000㎡의 밭에 오이 농사를 짓는 그는 수확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해마다 5월 하순부터 한 달가량 시차를 두고 모종을 심는다.

이씨는 "양수기로 밭에 물을 댄 뒤 모종을 옮겨놨지만, 지금 같은 폭염이라면 어린 모종이 제대로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해갈이 되는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 물을 대주고 싶지만 일손이 달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서 6000여㎡의 오이 농사를 짓는 이윤길씨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그는 "일찍 심은 모종의 오이는 수확이 시작됐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며 "메르스가 퍼지면서 감염을 우려해 사람이 모이는 곳을 꺼리면서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의 일손돕기마저 뚝 끊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이 지역 오이밭에서 일하는 아낙네들의 하루 품삯은 6만원으로 작년보다 1만원 이상 치솟고 있다.

인력 소개소를 거칠 경우 7만원 넘게 줘야한다.

이씨는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치솟아 농사짓는 재미가 없다"고 푸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옥천지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경로당 등을 폐쇄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도록 홍보하면서 선뜻 남의 집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군청도 메르스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농촌일손돕기창구도 문을 닫았다.

옥천군 안내면 감자작목반의 조완승씨는 "예년 같으면 공무원 일손돕기나 대학생 봉사활동이 큰 힘이 됐는데, 지금은 메르스 때문에 외부인력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올해 감자 수확은 이웃들과 품앗이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조치된 농민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0일 숨진 메르스 사망자의 경우 가족 전체가 격리되면서 집 앞에 비닐하우스 안의 애호박조차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확기를 놓친 애호박이 마른 덩굴에 매달려 섞어가는 것을 맥 없이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마을 이장인 A씨는 "사정은 딱하지만, 메르스가 번질까봐 이웃마저 접근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가족을 잃고, 농사마저 포기해야 하는 심정이 오죽하겠냐"고 혀를 찼다.

가뭄이 더욱 극심한 충주시와 단양군 등 북부지역의 농촌 들녘에서도 한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농민들은 깨와 수수 등을 심을 농경지가 바싹 말라붙자 물을 짊어져다가 뿌리면서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다.

단양군 영춘면 유암리 이장인 정명옥씨는 "예전 같으면 공무원과 군인 등이 농사를 도와주러 왔는데, 지금은 메르스 공포 때문에 서로 꺼리는 분위기"라며 "대부분의 농가가 가족끼리 손을 보태 농사를 짓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읍·면에서 보유한 3800대의 양수기를 총동원해 농업용수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며 "다만 메르스 방역 문제 등으로 일손돕기는 적극적으로 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