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외국인 선원 방치·숨지게 한 '악덕 선장' 구속
아픈 외국인 선원 방치·숨지게 한 '악덕 선장' 구속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5.06.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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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못 알아 듣는다' 상습폭행까지

부산해양경비안전서가 외국인 선원 인권유린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몸이 아픈 외국인 선원을 한달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하고 선원들을 상습폭행 한 원양어선 S호(378톤, 부산선적, 원양참치연승)의 선장 이모씨가 상습폭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부산해경은 지난달 7일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근처 공해상에서 참치잡이를 하던 원양어선 S호에서 필리핀 선원이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했다는 신고를 접한 후 사인에 의문을 품고 경위를 조사하던 중,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부산 감천항에서 지난 3월 출항한 S호의 필리핀 선원 K씨는 심낭염으로 의심되는 병을 앓고 있었던 탓에 출항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가슴통증, 무기력감, 손발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사망하기 보름 전부터는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부검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선장은 병원 후송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밟거나 기상이 불량한 날 몇 시간씩 차렷 자세로 갑판에 세워 넘어 오는 파도와 비를 온몸으로 맞게 하는 벌을 주기도 했다고 해경 수사관은 전했다. 

이 밖에도 선장 이씨는 S호에 타고 있는 외국인 선원들을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선장은 "(숨진)선원이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고, 선원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또 선장이 외국인 선원들에게 자신의 행위를 발설하는 자에게는 강제로 하선시켜 귀국 시키겠다고 협박하며 말을 맞추도록 한 정황도 확인했다.

부산해경 수사관계자는 "자칫 단순 변사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한국인 간부선원들의 인명경시 풍조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외국인선원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부산/김삼태 기자 st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