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데이터 요금제' 전쟁
막 오른 '데이터 요금제' 전쟁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5.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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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5 : 3 : 2 구도 깨지나?… 번호이동 시장 요동

▲ SK텔레콤이 최저 2만원대(부가세 제외)의 요금에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이용하면서 필요한 만큼 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21일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공개하고 고객쟁탈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선두는 업계 2위 KT였다. KT는 지난 7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전격 발표하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지난 15일 '데이터중심 LTE 음성자유'와 '데이터중심 비디오'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자 업계 1위 SK텔레콤도 고심 끝에 지난 19일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 KT 포문 열자 LG유플러스·SK텔레콤 가세

본격 '3파전' 양상이 구도된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데이터 요금제를 지렛대 삼아 현재 고착화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5 : 3 : 2의 시장 점유율 구도가 깨지느냐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SK텔레콤은 무선 시장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49.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뒤를 이어 KT가 30.53%, LG유플러스가 19.9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KT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SK텔레콤의 무선 시장 과반 지배 구도를 해체하기 위해 자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성과 문자는 기본으로 하되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음성과 문자를 무료로 제공하면 음성 이용에 따른 수입이 줄어들어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 감소가 뻔하지만 SK텔레콤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히기 위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SK텔레콤은 음성과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가입자 비중이 타사보다 높아 음성·문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면 단기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새로운 요금제 출시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가운데)와 홍보 도우미들이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KT, '선점 효과' 톡톡히 누려

당초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추진한 정부 당국은 이동통신 업계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만년 1위' SK텔레콤이 그 물꼬를 틀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로 멈칫하는 사이 KT가 재빨리 선수를 치고 나오며 선점 효과를 누렸다.

KT는 데이터 요금제 출시 첫 주말인 지난 8∼9일 이틀 동안 433명의 가입자 순증을 보였다.

오랜만에 LG유플러스(176명 순증)를 누르고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 순증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주중(11∼14일)에도 1568명의 가입자가 순증하면서 데이터 요금제 선발 효과를 톡톡히 봤다.

KT의 선점 효과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LG유플러스가 1주일 뒤에 곧바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17일 1400명의 가입자 순증을 나타낸 반면 KT와 SK텔레콤은 각각 447명, 1311명의 순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KT에 빼앗겼던 주말 번호이동 시장에서의 승자 지위를 1주일 만에 탈환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번갈아 가며 웃는 동안 SK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겪다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세했다.

SK텔레콤은 '밴드 데이터 요금제'에서 가장 낮은 요금제인 '29.9 요금제(월 2만9900원)'부터 다른 두 통신사와는 달리 무선과 문자는 물론 유선 통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SK텔레콤은 음성과 문자 위주로 사용하는 2G 고객을 300만명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타사와 비슷한 월 2만원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자사 충성 고객의 ARPU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어 유선 통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강수를 뒀다.

아울러 점유율 과반 수성을 위해 이번에 내놓은 데이터 요금제를 최근 출시한 '온가족 행복플랜'과 결합해 이용하면 기본 데이터 제공량의 최대 1.5배를 제공하는 등 결합상품을 통한 고객 묶기, 가입 기간에 비례해 무료 데이터 충전 쿠폰을 늘려 지급하는 등 장기 가입 유지 전략도 함께 펼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사가 데이터 중심제를 일제히 내놓은 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한 동안 잠잠하던 번호이동 시장이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5대3대2의 구도가 깨질지, 지켜질지가 업계의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