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기존백신 효과 낮아"… '물백신' 파문 커질듯
"구제역 기존백신 효과 낮아"… '물백신' 파문 커질듯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5.03.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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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표준연구소 평가결과, 오 마니사 상관성 0.1~0.3에 불과
농식품부 "오 3039 신형백신 전국 확대 방안 검토"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이 최근까지 계속되면서 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해온 돼지 구제역 백신의 접종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백신만 잘 접종하면 구제역을 막을 수 있다고 일관해 온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늑장대응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26일 "세계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로부터 오 마니사 구제역 백신주와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을 검사한 결과 'r1' 값이 0.1~0.3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이날 세종창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2월부터 긴급 수입한 새로운 백신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와 백신주의 면역학적 상관관계를 뜻하는 r1 값은 1에 가까울수룩 방어력이 높으며, 일반적 기준치는 0.3이다.

지난달부터 긴급 도입한 신형 백신(O 3039 백신주)은 면역학적 상관성이 0.42~0.73으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입증됐다.

결국 기존 오 마니사 백신은 일반적 기준치인 0.3보다 낮아 추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효과가 없는 백신이라는 것이다.

과거 안동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백신주는 0.92~1.0로 상관성이 가장 높았지만 검역본부는 "지난여름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과의 상관성이 0.07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됐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검역본부는 지난 25일 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하고 국내 구제역 백신 효능 개선방안을 긴급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발생지역에는 현재와 같이 긴급으로 도입된 오 마니사와 오 3039가 혼합된 O형 단가 백신을 사용키로 했다.

이어 상시백신은 과거 발생유형 및 주변국 발생상황을 고려해 기존 3가 백신에 O 3039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남아있는 기존백신 재고 500만마리분은 소를 중심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검역본부는 이번 구제역 유행 과정에서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라는 사육농가의 주장에 대해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며 접종방식이 잘못됐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왔다.

당시 정부는 백신 접종 후 항체(면역체)가 생길 때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사육농가들의 지적을 무시했다.

그럼에도 구제역 발생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백신을 1번 접종해서는 항체가 잘 안생길 수도 있다며 간격을 두고 2~3번 접종해야 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가 발표되면서 구제역 발생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물백신' 논란과 관련 "기존 백신이 효과는 떨어지지만 현장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과태료 부과는 백신접종 여부로 판단하기 때문에 실험결과와는 전혀 상관없으며, (농가에 일정부분 방역책임이 있는만큼) 살처분 보상금도 감액할 것"이라 밝혔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백신 늑장교체 지적에 대해 "지금 구제역 백신의 공급 방식이 대부분 주문형 생산"이라면서 "다른 약품처럼 시장논리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