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대한항공 15년 만의 오너체제 위기
'땅콩회항' 대한항공 15년 만의 오너체제 위기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12.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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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조직적 증거인멸·거짓진술 강요 드러나면 치명상

▲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이 큰딸 조현아(오른쪽)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 1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땅콩 회항' 보도 이후 4일만인 12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회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회사와 아버지가 사과를 하는 동안에도 입을 닫고 있었던 조 부사장도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출석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며 결국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비행기에서 내쫓긴 승무원 사무장의 폭로로 사태는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 사무장 "욕설과 폭행 있었다", 목격자 "고성·손으로 밀쳐" vs 조현아 "모르는 일이다"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은 12일 KBS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 측에서 이 사건과 관련, 거짓진술을 하도록 계속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의 앞자리에 있던 1등석 승객 한명도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강요했고 승무원에게 고성을 질렀다고 전했다.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을 상대로 욕설과 폭행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처음듣는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고 부인했다.

당사자와 목격자의 말과는 전혀 상반된다.
 

▲ 박창진 승무원 사무장 (KBS 뉴스 캡처)

◇ 회사측의 조직적 증거인멸·거짓진술 강요 있었나?

검찰 수사에서 박 사무장 등의 주장대로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행, 회사 측의 사건은폐와 거짓진술 등의 강요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조 전 부사장은 기내난동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직적 증거인멸과 거짓진술 강요 등으로 관련 임원까지 줄줄이 처벌 받을 가능성 또한 있다.
 

◇ 15년 만의 '조양호 오너체제' 위기

이렇게되면 15년만에 조양호 오너체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조 회장 일가가 그간 물밑에서 추진해온 경영권 승계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앞서 대한항공의 오너체제는 지난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추락사고 2년만에 다시 상하이공항 추락사고까지 터지며, 1999년 당시 (故)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오너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틀 만에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 업무만 하는 회장직을 맡았다.

▲ ⓒ연합뉴스
조 회장은 같은 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아 안정성 제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2000년대 들어서며서 경영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이 노력들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 오너 가문 차워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오너의 따님'인 조 전 부사장을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그것 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이 조 전 부사장 개인의 우발적 행동이 아닌, 대한항공 오너 가문 차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직원을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전근대적 천민주의 사고방식이 화를 불렀다고 분석하며 직원을 신분적으로 예속된 봉건주의적 머슴으로 바라본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며 대한항공을 북한에 빗대 꼬집기도 했다.

사건 이후 장본인인 조 부사장이 침묵을 지키며 신속히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도 화를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사실상 '피해자'인 사무장에게 책임을 돌린 '사과문'을 내놓게 한것 역시 국민들을 '우롱'한 처사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