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철커덩 문이 닫히는 소리에 수감된 것 실감
(20) 철커덩 문이 닫히는 소리에 수감된 것 실감
  • 신아일보
  • 승인 2014.07.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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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소! 시나리오 이상하게 쓰지맙시다” 항의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철커덩 난 문이 닫히는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수감이 됐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유치장에서 수사반장의 배려로 현이와 한방을 쓰게됐다. 이런 곳에 처음 온 현이를 내가 보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부탁한 것이었다.

형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밀고자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 보호하니 이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원죄는 나에게 있었다.

현이는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난 눈물을 글썽이는 현이를 감싸안고 “현아 형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취조를 받는 동안 담당 검사가 나에게 부산의 히로뽕 조직을 알려주면 금방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며 더러운 제안을 해왔다.

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탁 막히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검사고 장사고 간에 눈탱이에 한주먹 날려버렸으면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곤 조용히 말했다.

“검사님 대마초는 피우면 조용히 잠니더. 내가 알기론 히로뽕 하면 안 잔담니더. 저는 그림 그리고 토우 만들고 국밥집 주방에서 일하는 주방장임니더. 내가 무슨 히로뽕 판매책임니꺼?”

내가 쏘는 투로 말하자 검사가 찔끔했는지 나를 검찰청 마약반 형사에게 넘겼다. 그는 나를 데리고 다른방으로 갔다. 그리곤 약간 엄포를 놓으며 말했다.

"유퉁씨 건달 출신인 거 다알고 있소. 부산이란데가 히로뽕 문제 도시 아닙니까. 유퉁씨가 부산 출신이니 알고 계시면 큰거 하나 주십시오”

난 속으로 “이 씨팔놈들이 내를 멀로 보고 이 지랄들이고?” 하고 중얼거렸다. 난 정말 화가 났다. 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보소 형사 아저씨, 영화시나리오 이상하게 쓰지맙시다. 나요 히로뽕 때문에 형님 두 분 저세상으로 먼저 가셨는데, 뽕이라면 진짜로 치가 떨림니더.”

형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하는 수 없다 싶었는지 “역시 소문대로 남자네요”하며, 말꼬리를 돌렸다.

“내가 대마초라면 하는 놈들 수십 명을 알아요. 그러나 내를 참기름 짜듯이 한번  짜보소, 말하나?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도 성도 생각이 안남니더. 담배나 한 대 주쏘.”

며칠후 밧줄에 묶여 영등포 구치소로 갔다. 칠흑같이 어둡고 날카로운 면도칼로 볼을 째는 듯한 얼음바람이 불어왔다.

우린 도착하자마자 모두 발가벗었다. 나도 옷을 벗고 한쪽에 서있는데, 같이 온 놈들이 내 몸에 있는 흉터며 문신, 추위에 쫄아든 고놈의 것을 힐끔 힐끔 보고 있었다.

난 “이런 십새끼들이 어데 보노” 하며 악을 팍팍 썼다. 놈들은 모두 움찔 놀라며 눈을 다른 데로 돌렸다.

함께 잡혀온 이런놈 저런놈 온갖 잡놈들은 모두 기가 팍 죽었다.

“좋다. 그래. 지금부터는 옛날로 돌아가 양아치가 되능기다.”

열을 받을대로 받은 난 눈에 독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