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자리다툼에 개원부터 '삐걱'
지방의회, 자리다툼에 개원부터 '삐걱'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7.0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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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상임위원장 여야 간 감투싸움

[전국종합] 전국 곳곳의 광역·기초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감투싸움'과 '반란표' 등이 이어지며 삐걱거리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당내 분파싸움마저 벌어져 사전 조율 후 선출이라는 관례를 깨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공모하는 사태가 빚어지지도 해 '집행부 견제'라는 지방의회 고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전국 지방의회들에 따르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뽑힌 충북도의원 31명은 개원 첫날인 이날 새누리당 이언구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원 첫날 이뤄진 원 구성의 전부다. 의장 선거와 함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부의장 선출은 8일로 예정된 제2차 본회의 때 상임위원장 선거와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장 6석 중 2석을 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측과 1석만 주겠다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측의 주장이 맞서는 등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 여야가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면서 자칫 의회 주요 자리를 일당이 독식한 충남도나 강원도 의회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충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3일 부의장 한 자리와 특정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투표에 불참하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자당 의원들로 채워버렸다.

강원도의회 역시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해 야당 측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의 자리를 둘러싼 당내 반란표도 잇따라 감투를 둘러싼 '자중지란' 양상도 보이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회에서는 7일 다수당인 새정치연합 소속 윤창근 의장 후보가 낙마하고 소수당인 새누리당 박권종 의원이 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당초 윤 후보를 내세운 당 결정에 불만을 품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3명이 '반란'을 일으킨 결과다.

강원 춘천시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수당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원규 의원을 의장 후보로 정했지만 같은 당의 김영일 의원이 7일 한 표 차로 이 의원을 제치고 의장직을 차지했다.

총 21명의 의원 가운데 11석을 차지한 새정치연합의 김 의원이 새누리당의 표를 규합, 의장에 선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개원한 충북 충주시의회에서도 반란표가 나왔다. 충주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 홍진옥 의원 대신 같은 당 윤범로 의원이 새정치연합 측의 지원을 받으며 의장직을 꿰찬 것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윤 의장이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 판단, 8일 오전 윤리위원회를 열 예정이지만 그는 "의장 선출 건은 도당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오는 8일 개원식을 겸해 투표로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뽑을 계획이지만 다른 시·도 의회처럼 사전 조율한 내정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공모에 응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하는 식이다.

총 22석 중 21석이나 차지한 새누리당의 독식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원 간 분파 싸움의 결과인 것이다.

새누리당 5석, 진보정당 3석으로 구성된 울산 동구의회 역시 의장단 구성을 놓고 자리다툼을 벌이다가 개원조차 못한 채 파행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의회에서는 9명의 의원 중 새누리당 의원 5명이 지난 1일 마음대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고, 김해시의회에서는 지난 2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면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