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설 연휴, 가슴 먹먹한 농가들
적막한 설 연휴, 가슴 먹먹한 농가들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01.31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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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합동취재반, AI 지역 연휴 풍경 스케치
▲ 한산한 지역 시장 모습.

[신아일보=전북 부안/고창, 전남 해남/보성, 충남 부여 합동취재반] “가슴이 먹먹해지고 피눈물이 납니다.”

설연휴를 맞아 삼삼오오 모인 전북 부안군, 전남 해남/보성, 충남 부여. 어느 지역 할 것없이 주민들의 얼굴엔 설을 맞은 즐거움보다 근심이 가득찼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감염으로 애지중지 키운 닭을 죽여 처분하는 양계농가들의 양계장에는 설 연휴의 북적거림 대신 적막감이 짓누르고 있었다.

부안/고창, 전남 해남같은 마을 입구 도로에는 안개같은 소독약이 감싸고 있었고, 양계농장 입구에 서 있는 ‘방역상 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팻말이 을씨년스러움을 더 해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길목마다 마다에 설치된 통제초소가 이동차량을 소독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전북도는 설 전날까지 6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오리와 닭 9만 마리와 알 120만개를 살처분했다. 향후 얼마나 더 죽어 나갈지 알 수없는 형편이어서 초조감은 더하다.

일부 AI 발생지역 마을에서는 서울 등 객지에 흩어져 있는 자녀들이나 친적들의 귀가를 막기도 했다. 매몰 처리를 한 곳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전염 확산에 한 몫할까 두려운 것이다. 주민들 끼리 모여 한담을 나누던 마을회관도 그리 넉넉한 풍경은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아직 AI가 번지지 않는 전남 보성지역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보성군 예당지역에 사는 양상숙씨(73)는 “아예 서울에서 그냥 지내라고 했어요. 가까운 지역들로 번지는 걸 보고는(전남 영암의 종오리 역시 H5형 AI에 감염이 나타났다는 신문 보도) 나중에 잠잠해지면 시간날 때 오라고 했어요.”

▲ 연휴에도 조류독감 방역 작업을 벌이는 관계자들.

문제는 피해가 농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I 발생 지역 상인들의 한숨 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발길이 뚝 끊겨 파리를 날리고 있는 것. 주민과 고향을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과 읍내 거리는 종종 발걸음으로 오가는 노인들과 상인들을 제외하면 예년만 못하다.

특히 오리고기 전문점의 피해는 더욱 크다. 상당수의 오리전문점은 지난달 중순 이후 가게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났다.

충남 부여에서 오리전문점을 하는 이순자씨(53)는 “어쩌면 좋다나요. 설이 설같지 않구마니라오”라고 손사레를 저으며 말도 못붙이게 했다.

지난 19일 새벽 0시부터 48시간 동안 이동 중지 명령이 발령됐던 호남 지역 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내려진 대전시, 세종시, 충남·북 지역 재래시장들도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역 취재기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3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경기도 화성의 종계장과 경남 밀양의 토종닭 농장에서도 AI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힘에 따라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기지역은 국내 최대 닭 산지인 데다 닭이 오리보다 AI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방역에 어려움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AI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농장과 인근 3km 거리 농장의 닭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