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분쟁> 군산·김제·부안 ‘새만금 땅 분쟁 2라운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분쟁> 군산·김제·부안 ‘새만금 땅 분쟁 2라운드’
  • 전북본부/송정섭 기자
  • 승인 2014.01.06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4호 방조제 관할권 군산… 김제·부안 “1, 2호 소유권 근거 마련”
▲ 사진은 새만금 방조제를 항공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제시·부안군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결정,
과거 행정구역·지역균형발전 등도 고려해야”

전북 서해안 지역 3개 시군이 4년째 다퉈온 새만금 3·4 방조제 관할권이 지난해 11월14일 대법원 판결로 군산시에 돌아갔으나 김제시와 부안군이 방조제 1·2호 관할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이상한 논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제시와 부안군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판결로 인접 지역 매립지 관할권을 갖는 게 가능해졌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새만금 땅 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모습이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대규모 간척지를 만드는 새만금에 첨단 기술단지가 들어서 개발되면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바뀐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 때문에 군산과 김제, 부안군이 토지 관할권을 놓고 4년째 긴 다툼을 벌이고 있다.
3·4호 방조제의 관할권 다툼은 군산시의 판정승이었다.
이번 다툼의 핵심은 새만금방조제 구간 중 3·4호 방조제 관할권을 군산시에 귀속한 것이 정당 하느냐였다.
대법원은 3·4호 방조제의 행정구역을 다른 지자체로 귀속시키면 효율적인 국토관리와 행정 효율성에 위반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군산시가 100여년간 섬 지역과 공유수면을 관리했다는 귀속성을 인정해 준 것이다.

새만금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2010년 11월 새만금 3·4호 방조제(길이 14㎞·면적 195㏊)의 행정구역 귀속지를 군산시로 결정했다.

행정구역 획정을 부분적으로 서두르게 된 이유는 3·4호 방조제 인근의 다기능 부지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관할권 없이는 부지 개발이 어려웠던 탓이다.

인근 지자체인 김제시와 부안군은 2010년 12월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해상경계선만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이 결정돼 위법하다”며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대법원에 냈다.

김제와 부안이 반발하는 것은 정부의 결정대로라면 산업단지와 과학연구단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설 노른자위 땅을 모두 군산시가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3·4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결정은 전체 새만금 매립지의 소유권과도 직결된다.

 

현재 1·2호 방조제는 매립이 완료가 임박한 상태에 있고 행정구역을 결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 결정대로라면 새만금 전체 간척지 가운데 71.1%가 군산시의 몫이 된다. 반면 김제시와 부안군은 각각 15.7%와 13.2%만을 차지하게 된다.

방조제의 경우도 전체 33km 가운데 군산시가 94%에 달하는 29.3km를 갖게 되고 나머지 4.7km는 부안군의 몫이 된다. 김제시는 아예 해안선 자체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만다.

대법원은 일단 군산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새만금방조제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제시와 부안군이 군산시에 인접한 3·4호 관할권보다는 1·2호 관할권을 위해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산시는 현재 해상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새만금방조제 중 1호 방조제 중간 부분까지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세 자치단체가 새만금 행정구역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간척지의 행정관할권이 지방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 본격화하면 각종 인·허가에서 준공 이후 운영 과정까지 행정구역 관할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새만금 방조제의 행정구역 귀속지를 둘러싼 4년간의 분쟁에서 패소하고도 전북 김제시의 표정이 전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사실상의 승리’라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정도다.

부안군도 “기대에 못 미치지만 종전의 안보다는 진전된 내용”이라면서 앞으로의 흐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의 지난달 14일 판결은 표면적으로는 김제시와 부안군의 완전한 패배다.
그럼에도 김제시 등이 ‘승리’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은 판결의 내용에 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매립지 관할 결정의 준칙으로 적용된 지형도상 해상경계선 기준은 더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덧붙여 “앞으로 매립지가 속할 지방자치단체를 정할 때는 효율적인 신규토지의 이용, 매립지와 인근 지자체 관할구역의 연결형상 및 연접관계, 하천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제기한 김제시와 부안군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핵심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이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면 아직 행정구역이 결정되지 않은 새만금의 1호 방조제는 부안, 2호 방조제는 김제의 관할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김제, 부안과 연접한 방조제는 각각 김제, 부안에 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1호와 2호 방조제가 각각 김제와 부안으로 귀속되면 새만금 간척지는 3개 시·군이 25~39%씩을 나눠갖게 된다.

기존의 해상경계선이 기준이 되면 70% 이상을 군산시에 넘겨줘야 하는 입장에서 대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방조제도 애초대로라면 군산시가 전체 33km의 94%인 29.3km를 갖게 되고 나머지 4.7km는 부안군의 몫이 되지만 6~15km가량씩 분배될 전망이다.

한편, 김제시와 부안군의 입장이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이번 판례가 유지되면 김제가 최대 수혜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제는 매립지가 종전의 15.7%에서 37%로 배 이상 늘고, 한 뼘도 차지하지 못할 뻔한 방조제도 10km 이상 확보한다.
특히 2호 방조제 구간은 산업단지와 과학연구단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서는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된다.

김제시 부시장은 “1, 2호 방조제의 소유권을 확보할 법적 근거를 대법원이 마련해준 것”이라면서 “합리적인 결정으로, 판결에 만족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부안군 부군수는 “다양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행정구역을 정해야 한다는 결정은 이번 소송의 성과”라면서도 “이에 덧붙여 새만금사업 과정에서의 피해 정도, 과거의 행정구역, 지역균형발전 등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3월 1·2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결정을 위한 분쟁조정을 결정해 놓은 상태다.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26일 회의를 열고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귀속 지자체 결정 건’을 상정, 앞으로 심의하기로 했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4만100ha)에 달하는 새만금 간척지의 관할권을 두고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매립지 관할 결정의 준칙으로 적용된 해상경계선 기준이 가지던 관습법적 효력은 법 개정으로 변경 또는 제한됐다”면서 “효율적 신규 토지의 이용, 매립지와 인근 지자체 관할구역의 연결 형상과 연접관계 등을 고려한 합리적 관할구역 경계설정 등 여러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면 아직 행정구역이 결정되지 않은 새만금의 1호 방조제는 부안, 2호 방조제는 김제의 관할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