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린 반성…제 자신 자책”
“뼈저린 반성…제 자신 자책”
  • 신아일보
  • 승인 2008.06.19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별회견 인적쇄신등 국정운영 방향 밝혀

“30개월이하 아니면 수입안해”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지난 5월 대국민담화에 이어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하고, 민심과 함께 하는 정책 추진을 다짐하는 한편 청와대 비서진의 대폭 개편 및 내각 개편 등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5월 초부터 이어진 대규모 촛불집회가 대정부 투쟁 양상으로 번진 것과 관련,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관련기사 2면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며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 없이 내 자신을 돌이켜 봤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한다"며 “나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고 운을 뗀 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가 한미FTA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쇠고기'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느냐의 문제인데, FTA는 미국 정부와 한국이 합의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쇠고기 재협상 문제와 한미FTA 문제가 연계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고,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됐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만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가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갈등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밝힌 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엄청난 후유증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국민 여론에 따른 결정을 내렸다가 국익에 위배된 사례로 2000년 ‘중국산 마늘 파동'을 꼽았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수입되면서 국산 마늘값이 폭락하자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를 부과했고, 결국 이 문제가 통상마찰로 비화돼 우리측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결론났다는 요지였다.
이 대통령은 자원이 부족해서 '통상'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가 선택한 것이 추가협상"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역설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추가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지금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출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장해 달라는 우리측 요구와 관련,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고시도 못 하고 수입도 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5차례에 걸쳐 협상이 진행 중인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이 반드시 받아들이리라 믿는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현재 9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니 미국 정부가 약속하면 믿어도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한편 인터넷 여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식의 ‘구시대적 발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국민들의 폭이 늘었으니 정부도 인터넷 소통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